"영혼을 팔아왔다" 신용평가사 직원의 고백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10.23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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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하원 청문회 자료… 무디스·S&P 등 도덕불감증, 위기 불러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이 수익을 올리기 위해 부적절한 신용평가를 해왔고, 회사 내부에는 도덕적 불감증이 만연해왔던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신용평가와 금융위기와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미 하원 감독위원회 청문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무디스의 한 직원은 모기지 담보 증권에 애매한 신용등급을 매긴 뒤 임원에게 이메일을 통해 "매출을 위해 우리 영혼을 악마에게 판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무디스와 S&P 등 신용회사들은 신용도가 의심스런 수천개의 모기지 담보증권(MBS)에 최고등급인 AAA를 부여했다가 최근 몇 달동안 일제히 강등시킨 바 있다. MBS의 자산가치 급락은 결과적으로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러더스의 몰락과 미 정부의 7000억달러 구제금융으로 이어졌다.

S&P의 한 직원은 모기지 자산 거품이 한창 커지고 있던 2006년 동료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들이 신용등급을 내린 자산들이) 부실화되기 전에 부자가 돼서 은퇴해 있기를 기원하자"라고 적었다.



하원이 입수한 S&P 간부들의 이메일 대화 역시 신용평가회사 내부에 만연한 도덕불감증을 보여준다.
지난해 4월 MBS에 대해 신용등급을 매긴 뒤 있었던 대화내용이다.

A:그 딜(deal)은 말도 안되는 거였다.
B:평가모델이 실제 위험의 절반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걸 나도 잘 알아.
A:신용등급을 부여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B:우리는 모든 딜을 평가해야 돼. 설사 소가 만든 상품이라도 등급을 매겨야 돼.

헨리 왁스만 하원감독위원장은 "신용평가사들의 실태는 총체적 부실 그 자체"라며 "이같은 현상은 금융시스템 전체가 위기에 처해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무디스의 신용평가정책 담당 이사였던 제롬 폰즈씨는 "파생 상품 발행 회사들은 대개 평가기준이 가장 느슨한 곳을 평가사로 택하기 때문에 결국은 평가사들의 평가의 질이 하향 평준화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용평가회사 경영진은 주택가격이 예상을 뒤엎고 급속도로 하락함에 따라 평가의 신뢰도에 문제가 생겼다며 근본적인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데반 샤마 S&P 대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우리가 사용한 데이터와 가정들이 실제 현상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스티븐 조인트 피치 대표도 "파생상품 평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레이몬드 맥대니얼 무디스 회장은 "급변하는 시장상황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며 "우리는 평가방법을 개선하고 분석 투명성을 높였으며, 이해상충을 피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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