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시한폭탄" 무시하더니…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2008.10.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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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에 이어 기업 신용디폴트스왑(CDS)을 담보로 발행된 부채담보부증권(CDO)이 부실덩어리로 곪아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금융 파생상품이 시한폭탄이자 대량 살상무기라는 분석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 서브프라임에 이어 기업 신용디폴트스왑(CDS)과 연관된 부채담보부증권(CDO)이 1조달러 가까운 손실을 냈으며 이에 따라 금융사들의 2차 자산 상각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기업 신용디폴트스왑(CDS)을 담보로 발행된 부채담보부증권(CDO) 시장 규모는 약 1조2000달러로 추산되는데 이중 1조달러 이상이 손실이라는 것이어서 우려를 모으고 있다.

금융 파생상품의 발달은 금융의 첨병 혹은 꽃으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금융위기를 통해 '파생상품은 금융시장의 시한폭탄이며 대량살상무기'라는 버핏의 비판이 과연 현인다운 선견지명이었음을 느끼게 한다.



파생상품을 우려했던 전문가들은 지난해 초까지도 "파생상품 시장이 활성화된지 약 20년 정도 지났지만 안정성을 시험할 만한 대형 위기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기간 저금리 기조로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했다는 점에서 긴축 상황시 도래할 리스크 노미노를 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서브프라임 문제가 본격화되지 않았던 지난해 4월 분석기사를 통해 "금융 파생상품이 기업 채권 조달시 비용을 낮춰줘 장기적인 투자를 돕고 있는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위기때 발생할 파급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며 경고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도 지난해 초 "파생상품 등에 힘입어 기업들의 신용 심사 기준이 크게 낮아졌지만 이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은 잠재 부실을 떠안게 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펴낸바 있다. 영란은행은 특히 위험 평가의 기준이 급속히 낮아지고 있는 것과 함께 이런 채권들이 헤지펀드나 연금펀드 등의 재투자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나 기업 신용디폴트스왑(CDS) 등을 담보로 발행되는
'부채담보부증권(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은 유동화증권의 신용 위험을 등급별로 세분화해 여러 투자자에게 전가하는 대신 이자를 차등적으로 제공하는 파생상품이다.

전세계 금융기관들은 지난 2006년까지만 해도 모기지를 CDO로 유동화시켜 개인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방식으로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또 CDO를 매수하는 투자자들도 높은 수익률을 보장받는 대신 높은 위험을 나눠가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도산하는 모기지 회사들이 적었기 때문에 CDO는 가장 효율적인 파생상품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주택 버블이 꺼지면서 갚아야 할 모기지 빚 보다 집 값이 오히려 싼 '깡통주택'들이 급증하면서 CDO의 허황된 속성을 전세계가 뻐져리게 체감하고 있다.

파생 상품은 전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와 낮은 스프레드 환경 속에서 발전해왔다. 하지만 금융시장이 긴축 국면으로 접어들 때 그 가공할 위기와 도미노 효과는 이제서야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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