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온라인게임 '지존'자존심 찾을까

머니투데이 전필수 기자 2008.11.0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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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야심작 '아이온' 공개

'리니지' 시리즈로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온라인게임시장을 석권했던 엔씨소프트 (182,900원 ▲3,700 +2.06%)가 11월11일 새로운 야심작 '아이온'을 공개한다. 아이온은 온라인게임업계의 공룡 엔씨소프트가 4년 동안 130명의 개발인력과 230억원을 투입해 만든 대작게임이다.

국내 게임업계는 아이온의 성공여부를 엔씨소프트는 물론 국내 온라인게임 전체 산업을 판가름할 수 있는 척도로 볼 정도로 관심이 대단하다. 최근 몇년간 나온 100억원대 제작비를 들인 대작들이 잇달아 흥행에 참패, 아이온마저 무너지면 더 이상 탈출구가 없다는 위기의식도 깔려 있다.



엔씨소프트도 결의에 차 있다. 공개일을 11월11일로 정한 것도 '리니지'와 '리니지2' '길드워'에 이어 4번째로 1등을 하는 게임이 됐으면 하는 소망을 담았다. 게임포탈 '플레이엔씨'부터 천문학적 자금을 들인 '타뷸라 라사'까지 잇단 참패를 맛본 엔씨소프트로선 이 게임의 성공이 절박한 상황이다.
엔씨소프트, 온라인게임 '지존'자존심 찾을까


◆리니지2의 1/3 매출 기대

엔씨소프트가 아이온에 거는 기대 매출액은 리니지2의 1/3 수준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리니지2의 매출액이 1330억원이었으므로 아이온의 기대 매출은 연간 437억원이 된다.



그러나 이마저 성공을 장담하기엔 이르다. 리니지를 밀어내고 최고 인기게임 자리를 굳힌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확장팩과의 경쟁, CJ인터넷의 '프리우스 온라인' 등 국내 경쟁사들의 도전 등을 물리쳐야 하기 때문이다. 새 게임 출시로 인해 리니지 등 기존게임 사용자가 이탈하는 '내부잠식'을 최소화하는 것도 관건이다.

박재석 삼성증권 인터넷 파트장은 "아이온이 성공하려면 최소 33만명의 공개서비스 참가자가 필요하다"고 추산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월정액 2만9700원을 받는 리니지2의 '가입자당 평균수익(ARPU)'은 2만6772원이다. 3개월 정액할인요금 등으로 월정액보다 ARPU는 다소 낮다. 아이온이 리니지2와 같은 요금수준을 유지, 동일한 2만6772원의 개인매출 ARPU를 달성한다고 가정하면 10만582명의 개인 월정액 가입자를 유치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박 파트장이 분석한 공개서비스에 참여한 이용자 중 유료전환율은 30% 정도다. 즉 33만명 이상이 공개서비스에 모여야 리니지2의 1/3이라도 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나마 이는 아이온이 리니지2와 같은 요금을 받는다는 것을 가정한 경우다.

박 파트장은 리니지2 수준(월정액 2만9700원)이 아닌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수준에 맞춰 1만원대 후반으로 요금을 결정하면 50만명 이상이 모여야 한다고 계산했다.



최찬석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만9000원대의 월정액 요금을 책정하고 있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존재, 월정액 모델 성공사례를 최근 찾기 어려운 시장 상황을 고려, 엔씨소프트도 1만원대 후반의 월정액요금을 채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듭된 실패, 아이온 하나로는 부족

아이온이 안팎의 악재를 딛고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엔씨소프트의 옛 영화를 찾아주기에는 부족하다. 비교적 성공작이라고 평가받는 길드워가 리니지 시리즈의 위상과 거리가 먼 것처럼 아이온도 리니지급의 게임은 아니란 얘기다. 아이온의 성공만으로 엔씨소프트가 옛 영화를 회복하기엔 그동안 실패가 너무 크고 많았다.



지난 2003년 7월 27만원까지 갔던 엔씨소프트 주가는 최근 3만원대 초반으로 떨어져 있다. 한때 NHN의 몇배나 되던 시가총액은 6000억원대로 떨어지며 NHN의 12% 수준에 불과하다. 엔씨소프트가 27만원을 기록하던 시절 NHN 주가는 2차례의 권리락을 감안하면 3만원 내외였다. 현재 NHN 주가는 12만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5년간 NHN이 검색영역을 질주하며 비상하는 동안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시리즈 이후 이렇다 할 성공작을 내놓지 못한 결과다. 게임포탈을 만들고 세계적 게임 거장들에게 투자하는 등 공격적 행보를 했지만 아까운 돈만 허비했다.

얼마 전 3500만달러를 주고 우주여행을 떠난 리처드 개리엇(Richard Allen Garriott)에 대한 투자는 엔씨소프트의 최대 실패 사례다. 엔씨소프트는 개리엇에게 1000억원 가까운 돈을 투자하고 7년을 기다렸지만 돌아온 것은 올 2분기까지 100억원도 안되는 매출이었다.



개리엇이 만든 타뷸라 라사(Tabula rasa:라틴어로 백지 상태라는 뜻)는 엔씨소프트에게 천문학적인 자금과 다른 게임의 배에 가까운 시간을 허비하게 했지만 게리엇에겐 축복(?)이었다. 게리엇은 엔씨소프트 재직기간 400억원 가량을 스톡옵션 등으로 챙겼다. 2001년 자신의 개발사를 엔씨소프트에 판 가격도 430억원이나 됐다. 사실상 그의 우주여행은 엔씨소프트가 보내준 셈이다.

◆그래도 성장은 한다는데…

엔씨소프트 주가가 지난해 10월 8만원대에서 1년간 반토막도 더 나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긍정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는 증권사들도 있다. 그동안 숱한 실패를 맛봤지만 그래도 신규게임들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있는 것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엔씨소프트가 2010년까지 장기성장이 기대된다며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목표주가를 9만원에서 8만원으로 내렸지만 회사 내부 요인이 아니라 증시 하락을 이유로 들었다.

하이투자증권은 "엔씨소프트는 연말 국내시장에서 아이온 상용화, 내년 3분기까지는 북미, 유럽과 일본, 중국 등지 시장 확대, 2010년 길드워2와 블레이드앤소울의 상용화 등이 계획돼 있다"며 "이에 따라 실적과 주가는 2010년을 피크로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보지 않는 곳도 있다. 삼성증권은 엔씨소프트의 올해 수익전망치를 하향조정하면서 목표가를 6만원에서 5만원으로 내렸다. 국내외 경쟁사들과의 경쟁상황 등을 감안할 때 낙관만 하기엔 무리라는 게 삼성증권 판단이다.



미래에셋증권도 아이온의 성공여부를 보고 투자를 결정하라며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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