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투매 끝은 수퍼버블(?)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10.22 17:34
글자크기

확실한 저평가 국면..진정한 바닥찾기의 승부

코스피증시가 참담하게 무너졌다. 장중 1100선도 하회하며 세간에서 말하는대로 "1000선이 한번 깨져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근데 '1000선 붕괴'가 상징적인 의미로 거론되는 것일 뿐 1000선 붕괴로 패닉장세가 끝난다고 보는 게 아니다.
삼삼오오 모인 사석에선 900선도 800선도 아닌 600∼700선 정도까지 저점을 내려잡고 있는 상황이다. 고점대비 70% 하락은 와야 비로서 바닥이라는 얘긴데 IMF외환위기 당시의 낙폭에 준한 판단이다.



수시로 블랙데이가 나오고 하락 사이드카가 일상화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금융위기가 실물위기로 전이되고 있는 상태고 경기지표 및 기업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판에 섣불리 바닥을 논할 근거를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불안심리가 패닉셀링을 야기시키고 주가가 무너질수록 공포가 커지면서 추종 매도세를 양산하기 때문에 멀쩡한 종목도 도매금으로 넘어가기 십상이다.



이날 코스피증시에서 나온 26개의 하한가 면면을 보면 한국가스공사 (52,500원 ▲300 +0.57%), 동아제약 (106,900원 ▲1,600 +1.52%), LG상사 (30,850원 ▲350 +1.15%), 동부화재 (109,000원 ▼5,500 -4.80%), CJ제일제당 (369,000원 ▼16,500 -4.28%) 등 중국관련주나 경기민감주가 아닌 종목도 눈에 띈다.
철강, 기계, 조선에 이어 은행과 건설업종이 한차례씩 무너진 뒤 타격을 받지 않은 종목을 골라 투매가 일어난 모습이다.

홍콩 항생지수와 H지수, 싱가포르 증시도 연저점을 경신했고 일본 닛케이지수와 토픽스지수가 6∼7% 하락한 마당에 코스피만 유독 추락한 것은 아니다.

99엔으로 급락한 엔/달러 환율과 1.28달러로 떨어지며 연저점을 경신한 유로화에 비하면 1363원으로 오른 원/달러 환율도 지나치게 급등한 게 아니다.


외국인이 이날도 3625억원을 순매도하며 6일 연속 순매도에 나섰지만 익히 봐온 순매도 기조일 뿐이다.
1150선이 붕괴되면서 증권이 연중 최대규모(6843계약)의 선물 순매도에 나서고 '왝더독' 현상을 되풀이한 것이 이날 장중 100포인트가 넘는 지수 추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같은 패닉셀링은 긍정적인 면도 있다. 당장은 주가가 한없이 빠지는 부작용을 초래하지만 투매는 끝나게 마련이고 그 이후는 급락에 상응하는 상승이 대기하는 법이다.

금융위기를 막기 위한 글로벌 공조체제 속에 선진국이 푼 돈이 3조달러다. 미국 GDP(국내총생산)의 20%와 M2(광의통화) 총액의 40%에 달하는 규모다.
2000년 이후 3년간 미국에서 늘어난 M2 증가액이 1조달러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돈인지 감을 잡을 수 있다고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한다.

공식적인 구제금융액 이외에 여타 국가들이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풀어대는 돈까지 감안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유동성이 풀리고 있다.

물론 전세계 GDP와 맞먹는 60조달러의 CDS(크레딧디폴트스왑) 시장과 600조달러에 달한다는 장외파생상품 규모에 비해서는 미약한 규모지만 닷컴버블 때 풀린 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유동성이 지구촌에 퍼져나가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길은 없다.

나라 안팎에서 내놓고 있는 대책이 미흡하다면서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수록 보다 강한 대책이 추가로 마련될 것이고 더 많은 유동성이 공급될 것도 자명한 일이다.

비록 대공황은 아니더라고 공황에 준할 정도의 불황이 도래한다면 어떤 방법과 대책도 무용지물이라는 비관론이 극에 달한 상태지만 현재까지 글로벌 대응을 보면 각국 정부들이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돈을 더 풀지 못하는 상황은 인플레가 우려될 때다. 올 여름 국제유가(WTI)가 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을 때는 인플레 부담 때문에 적극적인 조치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국제상품가격이 모조리 추락한 현재 상황에선 인플레가 아니라 디플레에 대한 우려만이 남는다.
설사 인플레가 걸림돌이 된다고 해도 스태그플레이션이 아니라면 성장을 위해 인플레를 감내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돈을 연신 풀어대도 자산가격 하락이 제어되지 않는 것은 돈이 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채권 수익률이 급락해도 민간부문의 자금동향 척도인 회사채와 CD(양도성예금증서), CP(기업어음) 금리의 고공행진이 이러한 불신과 돈의 통로 단절을 대변한다.

전날 정부가 부동산대책을 내놨어도 CD와 CP금리가 각각 6.15%와 7.16%로 상승했다.
하지만 AA-급 회사채 수익률은 7.97%로 하락하며 5일만에 8%선 밑으로 떨어졌고 BBB-급 회사채 수익률도 11.12%로 하락했다.

4.80%와 4.84%로 떨어진 3년 및 5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에 비해서는 스프레드가 상당한 상태지만 주체못할 정도로 돈이 풀리고 예금보장 등의 조치가 계속 취해지면 결국 민간부문 금리도 하락세를 굳힐 일이다.

윗목이 춥다고 아궁이에 연신 불을 떼면 언젠가 방바닥 어느 곳도 차가운 곳이 없이 데워진다. 그 정도가 되면 아랫목에선 화상을 입을 정도로 온도가 올라가게 마련이다.

당장 자산가격 하락을 막기는 어려울 수 있다. 우려대로 1000선도 붕괴될 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EV/EBITDA가 1.0 이하인 기업마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은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너무나 싼 주식이다.
1년간 벌어들인 이익으로 기업 전체를 살 수 있을 정도라면 주가 저평가 여부를 논하는 것 자체 또한 의미없는 일이 된다.

물론 현재와 같은 자산가격 추락 과정에서 밸류에이션도 무의미하다는 체념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척도가 있다. 주식과 부동산을 영영 포기한다면 몰라도 고평가와 저평가 국면을 정확하게 짚어야만 들어갈 때와 나갈 때가 포착된다.

이미 저평가 국면으로 보고 진입을 준비하는 세력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90% 하락이란게 80% 하락에서 또 다시 반토막이 나는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진정한 바닥을 찾기 위한 분석에 골몰하고 있다.

분명 현재의 패닉상황과 유동성 폭증의 끝은 수퍼버블이라는 점을 간파하고 있다. 다만 진입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온몸을 던지는 진입을 주저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가스공사 차트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