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결혼의 조건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08.10.2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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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쐐기풀·옥수수로 웨딩드레스 만드는 이경재 디자이너

아름다운 결혼의 조건


친환경상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화사한 디자인의 웨딩드레스가 전시된 한 부스에 젊은 여성들이 몰려 있다. 이 드레스들은 전부 옥수수 전분과 천연 한지, 쐐기풀 섬유로 만들어진 '친환경 드레스'.

전시된 드레스 사이에서 저마다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거나, 직접 드레스를 입어보고 즐거워한다. 곁에서 사람들의 웃는 얼굴을 보고 미소짓는 이가 있다. 이 드레스들을 직접 고안한 이경재 디자이너(29·사진)다.



이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로서의 역할과 책임이 나를 '그린 디자이너(Green Designer)'의 길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저 역시 처음 디자인을 배울 때는 '예쁜 것' '유행에 맞는 것' '아름다운 것'이 최고의 기준이었어요. 그런데 점차 '자연에 해를 끼치면서까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게 과연 옳은가'라는 의문이 들더군요. 내 디자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기준은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한도에서 아름다움을 조화시키는 것'.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보다 '윤리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석사과정 대학원생이던 지난 2005년, 처음으로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친환경 드레스 두 벌을 이 전시회에 출품한 인연으로 올해로 4년째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자신의 디자인을 보고 즐거워하는 이들에게서 용기를 얻은 그는 2006년부터 개인 전시회를 갖고 본격적인 '그린 디자이너(Green Designer)'로서 활동을 펴나갔다.


이 디자이너의 드레스를 입고 결혼한 커플만 아홉 커플에 이른다. 자신의 작품을 입고 결혼한 신부에겐, 드레스를 평상복으로 재디자인해 선물로 주곤 했다.

올 3월엔 '대지를 위한 바느질'이라는 이름의 개인 브랜드업체도 만들었다. 이 때부터 그는 친환경상품진흥원과 '에코 웨딩(친환경 결혼식)'을 위한 컨설팅 사업도 시작했다. 해초를 원료로 한 종이봉투에, 재생종이 위에 콩기름으로 인쇄한 청첩장을 넣어 발송한다. 부케는 야생화로 만든다.



웨딩드레스 외에 병원 환자복과 단체 유니폼 등 제품 종류도 늘렸다. 처음엔 '1인 기업'으로 시작했던 그는 이제 자신의 일을 도와줄 그래픽디자이너 한 명을 새로 뽑았다. '책임있는 디자이너'로서 본연의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천연재료'만 고집하는 옷 제작과정이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에 이 디자이너는 씩 웃으며 말한다.

"천연염색이나 전통적 방식의 섬유추출 등 재야의 고수들이 많으시더라고요. 그간 점조직으로 있던 분들이 친환경 붐을 타고 한분 한분 드러나셔서 친환경시장도 많이 커졌습니다. 저 역시 이분들과 거래하고 교류하면서 많은 도움을 얻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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