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된 드레스 사이에서 저마다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거나, 직접 드레스를 입어보고 즐거워한다. 곁에서 사람들의 웃는 얼굴을 보고 미소짓는 이가 있다. 이 드레스들을 직접 고안한 이경재 디자이너(29·사진)다.
"저 역시 처음 디자인을 배울 때는 '예쁜 것' '유행에 맞는 것' '아름다운 것'이 최고의 기준이었어요. 그런데 점차 '자연에 해를 끼치면서까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게 과연 옳은가'라는 의문이 들더군요. 내 디자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그는 석사과정 대학원생이던 지난 2005년, 처음으로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친환경 드레스 두 벌을 이 전시회에 출품한 인연으로 올해로 4년째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자신의 디자인을 보고 즐거워하는 이들에게서 용기를 얻은 그는 2006년부터 개인 전시회를 갖고 본격적인 '그린 디자이너(Green Designer)'로서 활동을 펴나갔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이 디자이너의 드레스를 입고 결혼한 커플만 아홉 커플에 이른다. 자신의 작품을 입고 결혼한 신부에겐, 드레스를 평상복으로 재디자인해 선물로 주곤 했다.
올 3월엔 '대지를 위한 바느질'이라는 이름의 개인 브랜드업체도 만들었다. 이 때부터 그는 친환경상품진흥원과 '에코 웨딩(친환경 결혼식)'을 위한 컨설팅 사업도 시작했다. 해초를 원료로 한 종이봉투에, 재생종이 위에 콩기름으로 인쇄한 청첩장을 넣어 발송한다. 부케는 야생화로 만든다.
웨딩드레스 외에 병원 환자복과 단체 유니폼 등 제품 종류도 늘렸다. 처음엔 '1인 기업'으로 시작했던 그는 이제 자신의 일을 도와줄 그래픽디자이너 한 명을 새로 뽑았다. '책임있는 디자이너'로서 본연의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천연재료'만 고집하는 옷 제작과정이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에 이 디자이너는 씩 웃으며 말한다.
"천연염색이나 전통적 방식의 섬유추출 등 재야의 고수들이 많으시더라고요. 그간 점조직으로 있던 분들이 친환경 붐을 타고 한분 한분 드러나셔서 친환경시장도 많이 커졌습니다. 저 역시 이분들과 거래하고 교류하면서 많은 도움을 얻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