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로 뽑힌 MB, 금융은 탈미?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10.2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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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李대통령 "IMF 대개혁 또는 새기구 창설"
- 미국에 가장 껄끄러운 주장 중 하나
- 새 국제통화질서 논의, 치밀한 전략 필요


미국에는 헤게모니를 관리하는 부처가 2개 있다. 하나는 국무부, 하나는 재무부다. 국무부가 미국의 외교·군사적 헤게모니를 총괄한다면 재무부는 경제·금융 헤게모니, 즉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관리한다.



친미로 뽑힌 MB, 금융은 탈미?


미 재무부를 도와 달러화 중심의 현 국제통화질서를 떠받치는 곳이 바로 국제통화기금(IMF)이다. 최근 금융위기를 계기로 세계적으로 'IMF 대체론'이 부상하는데 대해 미국이 껄끄러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IMF의 폐지와 대체기구의 창설은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 상실'을 가속시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대선 전부터 한국과 미국의 '혈맹 관계'를 강조해온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IMF 대체론'을 주창하고 나선 것은 역설적이다.



이 대통령은 22일자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타개하는데 IMF, 세계은행(WB)과 같은 기존 체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며 "IMF, WB 등 현 금융체제를 대개혁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르 피가로가 IMF 대체론의 선봉에 선 프랑스의 신문임을 감안하더라도 이 대통령의 발언이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브레턴우즈 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국제통화질서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브레턴우즈 체제란 1944년 IMF, WB 설립과 함께 구축된 달러화 중심의 고정환율 체제로, 1971년 미국의 금태환 정지와 함께 붕괴됐다. 지금은 사실상 IMF, WB 중심의 국제통화 협력체제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


새로운 체제의 필요성은 미국 스스로도 인정한다. 문제는 새로운 체제의 구축이 IMF, WB의 역할을 보완하는 형태로 이뤄질지, 아니면 전혀 새로운 국제통화기구의 출범으로 이어질지 여부다.

IMF, WB 체제를 보완하는 경우라면 각국 금융시장에 대한 IMF의 통제와 감독을 강화하고, 금융위기시 국제공조에 대해 구속력있는 틀을 갖추는 등의 방안이 유력하다. 반면 IMF 대신 새로운 국제통화기구가 창설된다면 달러화 중심의 국제통화질서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미국은 당연히 IMF, WB 체제의 보완 쪽을 선호한다. 유로화를 업은 유럽이 국제통화질서의 개편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IMF, WB 등 현 금융체제를 대개혁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은 자칫 미국과의 관계에 부정적인 여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에도 "(금융위기를 맞은) 지금이야말로 세계가 함께 겪는 문제들에 대해 공동의 해법을 찾아내야 하고, 필요하다면 더 나은 질서를 창출해야 한다"며 "새로운 국제기구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 국책연구원의 간부는 "WB는 몰라도 IMF 대신 새로운 기구를 만들자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 굉장히 껄끄러운 얘기"라며 "미국이 아시아통화기금(AMF) 설립에 왜 그토록 반대해왔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0일 "IMF 개혁은 미국과 이해관계가 큰 문제"라며 "미국의 입장과 절충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대공항 이후 최악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새로운 국제통화질서 구축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는 국면에서 국제적 논의에 적극 동참하되 미국과의 외교 관계도 훼손하지 않는 종합적이고, 치밀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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