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은행채 매입' 압력에 '고심'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08.10.2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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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시중 유동성 지원을 위해 은행채를 매입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은행권과 정치권에서 한은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으나 한은은 그동안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22일 "금융위원회가 은행채를 매입해 줄 의사가 없는 지를 물어온 것은 사실"이라며 "내부적으로 이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은행채 매입은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이 필요한 사안으로 23일 회의에는 안건으로 올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부' 결정이 곧 내려지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금통위 안건으로 상정하기 위해서는 회의 이틀 전까지 금통위원들에게 해당 안건을 통보해야 한다.

한은은 비상 상황에 대비해 공개시장조작 대상 증권에 은행채 등을 포함하는 '컨틴전시 플랜'을 가지고 있다. 현재 공개시장조작 대상 증권은 국채, 정부가 원리금 상환을 보증한 증권, 통화안정증권에 한정돼 있다.



한은의 다른 관계자는 "전쟁 등 위기 상황에 따라 한은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에 대한 '단계별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고 있다"며 "은행채 매입도 이 단계 중 하나에는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은은 내부적으로 은행채 매입여부를 놓고 △경제위기의 진행단계 △매입방법 등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관계자는 "과연 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를 잘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중앙은행의 이같은 조치가 유례가 없던 일인 만큼 은행권의 상황 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의 문제 때문에 이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채 매입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도 관건이다. 만약 한은이 은행채를 매입키로 결정할 경우 매입방식은 △환매조건부채권(RP) 방식 △은행채 직매입 방식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일단 한은은 세밀한 검토가 필요한 민감한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한은 내부에서는 "외환위기 당시에도 은행채 매입은 하지 않았는데 외부 압력에 밀려 매입을 결정한다면 이야말로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의 극치가 될 것"이라며 불만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은은 최근까지 중앙은행의 은행채 매입 가능성에 대해 전면 부인하던 자세에서 상당히 후퇴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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