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원혜영, 숨길 수 없는 '경영자 DNA'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8.10.23 10:56
글자크기

즉흥성보다 매뉴얼 선호하고 약속 잘 지켜

정세균·원혜영, 숨길 수 없는 '경영자 DNA'


최고경영자(CEO) 출신 정치인은 뭐가 달라도 다른 걸까.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의 '경영자 DNA'가 화제다.

이들 '투톱'을 보좌하는 당직자들은 "두 사람 모두 매뉴얼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중요한 사안에 대처할 때마다 순간의 정치적 '감각'에 의존하기보다 미리 정해놓은 매뉴얼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걸 선호한다는 얘기다.

이런 특징은 두 사람의 경영자 경험에서 나온다. 정 대표는 대학(고려대) 졸업 후 쌍용그룹에 입사, 상사 부문에서 상무에까지 올랐다. 이런 점 때문에 당 대표 취임 때부터 이명박 대통령과 자주 비교됐다.



원 원내대표는 풀무원의 창업자다. '풀무원'은 부친인 원경선 옹(환경정의시민연대 이사장)이 1955년 부천에 세운 기독교 공동체 농장의 이름이다.

원 원내대표는 20여년 전 이 농장에서 키운 작물을 판매하는 영업소를 차렸고 이게 성장해 지금의 식품기업 풀무원이 됐다. 지금은 경영에서 손을 뗐지만 그는 늘 당시의 CEO 경험이 소중한 자산이 됐다고 말한다.



즉흥적 감각에 의존하다보면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가 있다. 매뉴얼이 있다면 실수할 일이 적다. 기업의 생사를 손에 쥔 CEO가 어느 쪽을 선택할지 명확하다.

이런 점 때문인지 두 사람이 민주당의 의사봉을 쥔 뒤론 당이 정치적으로 크게 실패한 일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단 무난하기만 했을 뿐 지지도 상승 등 '실적'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는 이들이 극복해야 할 숙제다.

두 사람은 막바지 작업 중인 '뉴 민주당 플랜'에 거는 기대가 크다. 사안별 대응 매뉴얼을 포괄하는 최상위 수준의 매뉴얼이란 점에서다. 물론 이들이 기계적으로 '교본'에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4선, 원 원내대표는 3선 의원이다. 이들의 정치 감각이 결코 무딘 게 아니라는 방증이다.


두 사람의 경영자 DNA를 보여주는 또다른 사례는 사소한 약속이라도 지킨다는 점. 이들이 주재하는 최고위원회의나 원내대책회의는 웬만해선 1분이라도 늦게 시작하는 일이 없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정 대표는 무역, 원 원내대표는 식품 등 소비자와 가까운 분야에서 일해 건설 CEO를 지낸 MB와 다르다"며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것보다는 소비자의 니즈(needs·욕구)에 민감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