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악재를 찾는 하이에나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8.10.2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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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론과 추가조정론 팽팽한 대립…내부재료 당분간 부각

국내증시가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면서 '바닥론'이 점화되고 있다.

글로벌 신용경색 위기가 각국의 공조와 대책으로 조금씩 진정기미를 보이지만 유독 코스피시장은 글로벌 흐름에서 어긋나며 '독자행보'를 걷는 모습이다.

독자행보를 걷고는 있지만 미국과 아시아 주요증시의 약세가 확인되면 동반 하락하는 등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다.



최근 국내증시의 특징은 해외 신용위기에 대한 불안감에서 한 숨 돌리면서 내부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약세장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악재를 찾아다니는 하이에나'같은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22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2% 이상 급락한 뒤 낙폭을 줄여 1180선에서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다. 올들어 장중 연저점인 1149.39(10월20일)에 불과 31p 정도 남겨둔 상황이다.



◇"바닥 아니다"…"한국판 서브프라임 온다"

'바닥이 아니다'는 주장을 펼치는 전문가들은 은행과 제 2금융사, 증권사 등이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물려 줄도산이 일어나고, 경기침체와 맞물려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을 받은 가계에서 '패닉'이 일어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공황상태로 내몰릴 것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른바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의 후폭풍이 몰아치면서 코스피지수가 1000선 아래는 일단 찍고 방향을 정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문가 가운데 더욱 비관적으로 보는 이들은 700선까지 후퇴할 것으로도 이야기한다.


'바닥이 아니다'는 주장을 펼치는 전문가들의 논거는 부동산 PF대출과 부동산 상승기에 급격하게 늘어난 가계대출이 한꺼번에 붕괴되면서 건설사와 금융권이 부실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PF 대출 규모는 은행이 47조9000억원, 보험사 5조3000억원, 저축은행 12조2000억원 등이다. 연체율은 은행이 0.7%, 보험사는 2.4%인 반면 저축은행은 14.3%이다.

저축은행에서 촉발된 PF대출 붕괴가 건설사로 옮겨지고, 대형 건설사에 대출해 준 은행 등으로 전염되면서 건설사들과 은행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시나리오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의 하락으로 660조원에 이르는 가계대출에 대한 금리부담을 느끼는 가계들에게 금융권이 PF대출 부실을 박기 위한 가계자금의 회수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한국도 미국과 다름없는 '공황'에 처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논거에 따라 건설주와 은행주가 정부와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과 대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택도 없다'는 인식으로 반등하지 못하고 증시가 이를 선반영한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 증권사의 임원은 "당분간 국내외 상황이 좋지 않아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수준보다 더 내려갈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닥권이다"…"부동산발 국내경제 붕괴는 기우다"

반면 이같은 우려는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준연 코리안리 투자자문 대표는 "분명 지금 코스피는 바닥권"이라고 단언했다.

김 대표는 "여기서 용기를 내지 않으면 또 방관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며 "다음 상승기가 오면 또다시 끝물에 편승해 좌절을 맛보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대표가 바닥권으로 단언하는 이유는 국내 기업 대부분은 여전히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외환위기 이후 부채비율이 적은 기업이 많아 튼실하다는 주장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제조업체들의 전체 현금보유액은 73조4000원으로 앞선 해보다 7조8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은 많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가 악화되면서 먹잇감을 찾지 못해 투자를 기피하고 있지만, 기업 자체로는 현금을 잔뜩 금고에 쌓아 놓고 있는 셈이다.

수익성 악화 우려 때문에 잠시 망설일 뿐 기업 자체로만 보면 '몇년 먹을 식량이 곳간에 쌓여있어 급격하게 무너지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론 곳간에 쌓인 현금은 무리한 차입 등으로 덩치를 부풀린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은 있지만,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대다수 기업들 모두가 부실이라는 징후가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요즘 이같은 관점에 입각해 튼실한 상장기업을 골라 투자하면 분명 적어도 3년 안에는 빛을 볼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임원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으니 언제나 대공황이나 외환위기 등 과거 잣대로 현재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과거는 현재에 참고가 될 뿐 미래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즉, 과거 사례는 미래에 참고는 될 수 있지만 그대로 흘러간다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글로벌 신용경색이 처음 맞는 공포스러운 상황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1990년대 벌어진 미국의 주택대부조합 사태와 멀리로는 1920년대 대공황, 2000년초 한국의 대우채사태와 카드사태 등도 당시로서는 '처음보는 향태의 위기'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현재 마구 찍어대는 달러를 비롯한 자금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확대'가 골치 아프기는 하지만, 자본주의는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을 발휘해 수정과 보완을 거칠 것이라는 예측이다.

또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 붕괴에 따른 증시 등 경제의 몰락은 공포가 자아낸 스스로에 대한 족쇄 라"며 "거품이 꺼지는 적정수준에서 문제가 마무리될 것이며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 폭락을 경험했던 정부가 바보가 아닌 이상 가만히 보고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부동산 가격이 외환위기 처럼 폭락하려면, 국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되고, 금리가 적어도 15% 이상 치솟아야 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해석. 그러나 현 정부의 방향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도 '부동산 대폭락'에 따른 증시와 경제 붕괴는 힘들다는 해석을 내놨다.

'바닥이냐, 아니냐'는 논란에 대한 해답은 없다. '신(神)만이 안다'는 증시의 흐름을 점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절망 속에 희망이 꽃피듯 비관론에만 쏠리는 점도 경계할 필요가 있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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