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의 헤드라인은 '애플의 순이익이 뛰었지만, 전망은 조심스럽다'(Apple Net Jumps, Outlook Is Cautious), '나스닥이 4.1% 떨어졌다'(Nasdaq Drops 4.1%). '야후가 대폭 감원 계획을 밝혔다'(Yahoo Unveils Deep Job Cuts) 등의 뉴스들이 걸려 있었다.
CNN머니에 들어가 봤다. "Stocks hit by recession fears". "Analyst cautious on Amex" 등이 눈에 띈다. 마켓워치도 온통 우울한 소식 뿐이다. 헤드라인은 'Double-whammy hits Japan'이었다.
머니투데이 국제경제부 기자는 숙명과도 같이 새벽을 뉴욕증시와 함께 연다. 출근 시간은 6시 30분으로 정해져있다. 출근을 위해서는 아침 5시에 눈을 떠야 한다. 국제부로 온 뒤 부터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TV를 켜고 뉴욕 증시의 흐름을 살펴본다.
뉴욕 증시가 상승하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고 출근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그러나 하락하면 온통 머리속이 복잡해지고 발걸음은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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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헤드라인에서 예시하듯 이제 시장에 온통 넘쳐나는 얘기는 'R'의 얘기다.
금융위기는 더 이상의 고려 대상이 아닌 듯 'R'의 공포가 시장을 사로잡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장이 금융 위기 때문에 패닉 상태에 빠졌던 것은 아마득한 일이 됐다.
증시는 금융위기에 이어 침체 공포까지 2연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우지수와 S&P500은 연초대비 각각 31.9%, 34.9% 빠졌다. 코스피는 연초대비 37.8% 하락했다.
이 정도면 하락세가 잠잠해질 때도 됐건만 22일 아시아 주요 증시는 또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늘은 뭐하나 증시 안살리고!" 경제 기자는 증시가 살아야 기분도 좋다.
증시가 이쯤 떨어지면 저가 매수세를 하고 싶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모든 여윳돈이 펀드에 묶여 있어 더 이상 토해낼 돈도 없다. 증시 하락을 틈탄 저가 매수세를 위해 증시에 뭉칫돈이 들어온다고 들었다. 이런 상황에 좋은 주식을 사두면 나중에 오른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그런 얘기는 사치스러운 얘기일 뿐이다.
각국 정부가 금융대책을 쏟아내면서 금융 안정에는 기여할지 모르지만 경기침체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금융위기는 실물경제로 전이됐고 각국 정부는 속속 경기침체 선언에 나서고 있다.
이미 유럽에서는 아일랜드와 영국이 공식 침체를 선언했다. 그리고 미국, 유로존 등도 뒤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WSJ은 미국이 내년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증시는 바닥 확인이 힘들 수밖에 없다. 미국 경기침체는 내년 2분기에나 가서야 종료될 전망이다. 공포심리도 극대화됐다.
그러나 긍정적인 신호도 포착되고 있다. 단기자금시장의 사정을 반영하는 리보(런던은행간 금리)가 연 7일 하락세를 나타낸 것이다.
이미 침체는 공식화됐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워런 버핏이 말했듯이 분명 증시는 침체가 끝나기 전에 반등한다. 그러나 저가 매수세를 따를 돈이 없는 것은 나만의 비애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