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은 죽지 않는다" 모럴해저드 우려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10.2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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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동성위기 건설사에 자금지원
- GDP의 15% 건설업, 방치못해


정부가 21일 발표한 '건설업 지원 및 구조조정 방안'은 사실상의 '건설사 지원대책'이다. '구조조정'이라는 문구를 달았지만, 정부가 강제하는 구조조정은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형식에 불과하다.

정부로서는 지방 주택 미분양 사태의 책임이 건설사들에게 있다고 보면서도 결국은 정치논리에 밀려 '지원'을 선택한 셈이다. "건설업은 아무리 어려워도 결국 정부가 도와준다"는 믿음(?)을 재확인시켜준 조치다.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금융위원회는 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고 '가계 주거부담 완화 및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 및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구본진 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은 이 방안을 발표하면서 "지방 미분양 문제는 기본적으로 공급과잉과 고분양가에 기인한 것"이라고 밝혀 미분양 문제의 건설사들의 수요예측 실패와 가격책정 오류 때문임을 분명히 했다.



정부가 이번 대책을 마련하면서 가장 고민한 부분은 스스로 미분양 사태를 초래해 부실위험에 빠진 건설사들을 정부가 지원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재정부 관계자는 "주택 미분양이 발생하는 이유는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충분히 낮추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본전만 생각하지 말고 가격을 낮추면 사실 얼마든지 팔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끝내 '건설사 지원'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일시적으로 유동성에 어려움이 있지만 회생이 가능한 '모든' 건설사에 대해 신규자금 지원 또는 만기연장 등의 금융지원을 제공키로 했다. 특히 부실징후가 있으나 회생 가능한 건설사들에게는 은행을 통해 만기연장, 이자감면, 출자전환 등의 지원이 이뤄지도록 했다. 신용도가 낮을 경우에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 지원이 들어간다.


또 한국토지공사를 통해 건설사들의 남은 토지 최대 3조원 어치를 사들이고, 대한주택보증을 통해 지방 미분양 주택 2조원 어치를 매입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건설사들의 연쇄도산를 방치할 경우 건설공사가 줄줄이 중단되고 실업자가 대량양산돼 경기침체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가 우려한 대목이다. 건설업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달한다는 점도 고려됐다. 미분양 문제가 심각한 지방에 기반을 둔 정치인들의 압력도 없지 않았다.

정부는 경영정상화가 곤란한 건설사들은 통합도산법상 파산 등 회사정리절차에 들어가도록 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시장에서 스스로 이뤄지는 것일 뿐 정부가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환헤지상품 '키코'(KIKO)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들에 대해 정부가 끝내 '구제'를 선택한데 이어 이번 건설업 대책 역시 '도덕적해이'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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