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책은 실물경기·금융부실 차단 고육책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8.10.2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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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금융시장 안정대책에 이어서 21일 곧바로 고강도 부동산 '처방전'을 내놓았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파속에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방치할 경우 실물경제과 금융기관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과 수도권 투기지역 해제, 8조원대의 유동성 지원 등 '종합선물세트'식 대책을 마련했다.



◇실물위기 전이 차단에 '올인'

건설업은 국내총생산(GDP)의 15%나 차지할 정도로 국가 경제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그러나 주택경기가 침체 일로를 걸으면서 건설업계의 도미노 부도가 우려되는 상황에 처해있다. 올들어 9월까지 부도 건설사는 88개사로 전년동기대비 17.3%가 증가했다.



또 미분양이 7월 기준 16만여채에 달하고, 97조1000억원에 달하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는 등 건설업계가 총제적 '난국'에 빠져 있다.

이런 형국에서 '부동산 시장 침체→건설사 자금난 심화→금융회사 부실 가속→건설사 줄도산→실물경제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하기 위한 게 이번 대책의 주 목적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한국판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의 도화선으로 지목되는 건설사의 연쇄부도와 금융기관 부실로 가는 길목을 막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이미 상당부분 알려진 건설사 지원책 외에도 주택대출 금리 인상으로 시름하는 가계에까지 상당한 혜택을 주기로 하는 등 금융위기의 질곡속에 꺼져가는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가계 부동산 빚 부담 완화로 실수요 촉진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21일 기준 6.14%(91일물)로 2001년 1월19일(6.16%) 이후 가장 높았다. 올해 6월말 현재 국내 예금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229조4771억원으로 2003년 말(152조5320억원)에 비해 50.4%나 증가했다.

특히 주택가격의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가계의 부동산 대출 부담이 눈덩이처럼 늘면서 건설사와 금융권의 동반부실을 초래할 수 있는 '뇌관'으로 떠올랐다.

여기서 더 이상 여건이 악화되면 건설사는 계약 해지와 중도금 상환 지연 사태에 직면할 수 있고, 금융권은 대출이자 연체로 인한 자금난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따라서 정부는 대출 만기와 거치기간을 늘려주고, 금융권 유동성 공급을 통해 CD금리를 내려 가계의 금리부담 완화를 꾀하기로 했다. 또 변동성이 심해 가계에 부담을 더 주는 변동형 대출을 고정금리 대출로 변경할 경우 중도상환수수료를 내려주는 조치도 포함시켰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정부가 아닌 온전히 금융권의 몫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의도하는 대로 실제 가계에 '단비'가 뿌려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구본진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은 "이미 발표한 은행 유동성 공급조치와 부동산 종합대책이 전반적으로 아우러지면 단기자금 시장이 안정되면서 CD금리도 하향 안정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1세대 1주택자가 이사 목적으로 새로 집을 사는 경우 양도세 비과세가 적용되는 기한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키로 했다. 2년간 집을 두채 보유하고 있다가 부동산 경기가 좋은 시점을 골라 팔 수 있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가계의 금융 및 세부담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완화해 실수요 거래를 촉진해보자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투기지역 해제 등 건설경기 부양책 총동원

수도권의 투기지역을 대폭 풀어준 것은 잠복된 투기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위축된 건설경기를 살리기는 게 더 시급하다는 차원에서 나온 고육책이다.

주택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되면 소득에 따라 대출을 제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의 효과가 거의 사라지게 된다.

LTV는 40%에서 60%로 상향조정되고, 6억원 초과 아파트에 40%가 적용되는 DTI는 약 60%로 높아진다.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돈을 많게 해 주택구입을 활성화시키려는 취지다.

아울러 투기지역내에서 아파트를 추가 구입할 경우 1년내 처분해야하는 처분조건부 대출의 상환기간을 2년으로 연장하고, 투기지역 해제시 투기지역 지정 당시 체결된 대출관련 약정 이행의무도 면제해주기로 했다.

쉽게 말하면 투기지역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은행 돈을 빌려서라도 쉽게 집을 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단계적으로 투기지역을 해제하면서 서울 강남권 등 부동산 투기 우려가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하기로 했다.

구 국장은 "투기지역을 조정하는 것은 과도하게 부당할 정도의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자는 차원이지 수요를 진작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건설사 돈 줄 풀어주되 부실 건설사는 퇴출

한국 경제 연쇄 몰락의 '핵'으로 지목되는 등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사에는 '머니 파이프'를 대준다.

△대한주택보증과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을 통한 건설사 회사채 보증 및 유동화채권 발행 △환매조건부 미분양주택 직접 매입 △건설사 보유토지 3조원 범위 내 매입△공공택지 제3자 전매 허용, 공공택지 분양분 한시적 계약해지 허용 △ 대주단협약을 통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및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만기연장 등이 동원 가능한 조치가 망라돼있다.

정부는 이런 '당근'과 함께 건설사에 대한 '모럴 해저드'를 막기 위한 '채찍'도 함께 준비했다. 건설사 등급을 A~D 등급으로 구분해 C등급은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정부 지원에도 경영정상화가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D등급은 시장에서 퇴출시킨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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