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먹구름속 햇살을 보았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10.2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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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보금리 하락·美 국채금리 상승 '위기극복 터닝포인트' 가시화

월가가 걸어온 과거 역사에 비춰볼 때 현 금융시장 상황이 최악의 위기에서 벗어나 는 과정에 들어서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즉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이후 침체일로에 빠져들던 금융권의 터닝포인트(turning point)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아직까지 대다수 전문가들은 '2008 대혼란'(Great Panic of 2008)이라 명명된 현 위기상황이 쉽사리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의 시장 패닉이 과거 그 어떤 위기 때보다 가혹했으며, 경기침체(Recession)에 대한 우려 때문에 앞으로도 이러한 위기가 상당부분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나 이전 50년간 금융시장 및 증시가 위기에서 회복하는 패턴을 분석해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20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로이터는 금융위기가 절정에 도달한 이후 2개월이 지나 리보 등 대출 금리가 하락하면서 금융시장 및 증시도 서서히 회복단계에 진입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안전 자산인 재무부 채권 금리 상승은 주식과 회사채 등 보다 위험한 자산에 대한 매수세 유입을 유발하는 또 다른 회복 신호다. 다만 지금 단계에서 경기침체에 따른 불확실성은 우려해야 한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 리보 금리 하락, 자금 시장 완화

글로벌 단기금융시장의 자금 사정을 나타내는 리보(런던은행간 금리)도 이러한 패턴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 당국의 공조 이후 단기신용시장은 최악을 벗어나 회복단계에 다다랐다.

밀러, 타박&코의 토니 크레센치 채권 시장 수석 투자전략가는 "1주일 전까지 사상 최고 수준 인근까지 치솟았던 리보금리는 6일째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과거 시장의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20일(현지시간) 3개월 만기 달러 리보금리는 6일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4.42%에서 4.06%로 주저앉았다. 그러나 이는 미국 기준금리(1.5%)보다 2.5% 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 스프레드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은행들이 금융위기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대출에 나서기보다 아직까지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크레센치는 "투자자들이 금융 쇼크를 극복하기 시작하는 데는 2~3개월이 걸린다"고 분석했다. 과거 1987년 10월 19일 블랙먼데이때도 마찬가지였고, 1998년 러시아 디폴트 사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파산 사태 때도 그랬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절정은 미국 정부가 패니매와 프레디맥을 국유화하고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던 9월 중순이었다.

크레센치는 "우리는 이미 위기 2개월째 접어들었고, 정부조치와 함께 회복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3개월 만기 달러 리보 금리가 3.5% 수준으로 하락하게 되면 투자자들의 공포 심리도 극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보 금리가 하락할 경우 증시와 투자 등급 채권 시장의 투자 심리도 급속히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 미국 국채 금리 상승도 증시 안정 신호탄

그리고 또 하나의 회복 신호는 투자자들이 평정심을 되찾고 보다 위험한 자산으로 투자를 타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대출 시장과 주식 등 보다 위험한 자산으로 눈을 돌리게 만들어 미국 재무부 채권 금리를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클리어브룩 파이낸셜의 톰 스와닉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신용위기가 회복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는 신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가장 인상깊은 신호는 오버나잇(하룻밤만기) 리보금리의 하락"이라고 밝혔다.

스와닉은 그리고 재무부 채권 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점이 시장 회복을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3개월만기 재무부 채권 금리는 이날 1.2%를 기록, 지난 주말 0.81%에서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위기가 완전히 끝났다고 믿기에는 시장 상황이 너무 취약하다. 그리고 시장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들이 없어도 자생력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금융위기는 실물경제로 전이돼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를 낳고 있다.

웰스캐피털매니지먼트의 제이 뮬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아직까지 은행들도 대출을 꺼리고 있다"면서 "신용측면에서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수개월이 아직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글로벌 각국 정부는 공조를 통한 금융안정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도 이러한 공조와 대책 범위는 지금껏 보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뮬러는 "아직까지는 불확실성을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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