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투기지역 해제, 강남 등이 변수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10.2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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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도권내 주택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대폭 해제키로 한 것은 주택대출 규제를 현행대로 유지하면서도 주택경기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정부가 나름대로 찾아낸 '묘수'다.

주택시장을 그대로 놔두자니 건설업의 부실이 실물경제 침체로 번질까 우려되고, 주택대출 규제를 풀자니 투기 재현 또는 주택대출 부실화가 걱정되는 게 지금의 상황이다.



그러나 수도권 주택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를 대거 해제할 경우 사실상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조삼모사'식 대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딜레마 끝 나온 해법= 수도권 주택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를 대폭 해제한다는 해법에는 정부의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줄곧 정부는 '건설업 경기 부양'과 '주택 투기열풍 차단'이라는 2가지 정책 목표를 놓고 '딜레마'를 겪어왔다. 즉 집값이 올라도 문제, 떨어져도 문제인 상황이었다.



이 같은 딜레마는 정부의 각 부처별 시각차를 통해 드러났다. 국토해양부는 건설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DTI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대출 건전성 차원에서 LTV, DTI 완화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 때문인데 LTV, DTI 규제를 완화했다간 자칫 미국처럼 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국토부와 금융위 사이에 끼인 기획재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해법이 수도권 주택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해제다. 이 2가지가 모두 해제되면 LTV가 40%에서 60%로 상향조정되고, 6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 40%를 적용하는 DTI는 약 60%(은행 자율)로 높아진다. 주택담보대출로 받을 수 있는 돈이 절반 정도 늘어나는 셈이다.


LTV, DTI 제도는 그대로 두는 대신 주택경기가 심각하게 얼어붙은 지역에 한해 DTI 규제가 적용되는 주택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의 지정을 해제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주택대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변수는?= 수도권 주택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지정 해제의 범위가 어느 정도일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달 중 수도권내 주택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에 대한 현장실사를 마친 뒤 구체적인 해제 대상을 결정할 방침이다. 해제 범위가 너무 좁아도 문제, 너무 넓어도 문제라는 점에서 정부의 고민이 적지 않다.

만약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주택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에 대한 해제가 이뤄질 경우 사실상 DTI 규제가 무력화되는 효과가 있다. 이 경우 DTI 제도를 놓고 쟁점이 형성될 경우 논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2일 'DTI 규제의 금융시스템 안정화 기능' 보고서에서 "DTI 규제가 가계 대출자들이 각자의 상환 능력 범위 안에서 대출을 받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DTI 규제를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강남권 등 이른바 옛 '버블세븐' 지역이 주택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지정 해제에 포함되는지 여부도 관심거리로 남아있다. 결국 해제 당시 주택시장 상황이 해제 범위를 결정하는 최종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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