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고시원 '묻지마' 흉기 난동, 6명 숨져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2008.10.2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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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용의자 정씨 "세상살기 싫었다"

30대 남성이 처지를 비관해 자신이 생활하던 고시원에 불을 지르고 고시원 이웃들에게 흉기를 마구 휘둘러 6명이 숨지고 7명이 중상을 입었다.

20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5분께 강남구 논현동 D고시원 3층에서 이 고시원에 사는 정모(30)씨가 자신의 방에 불을 지르고 고시원 3, 4층에서 생활하는 중국동포 여성 등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사망자 중 5명은 정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으며 1명은 화재를 피해 건물에서 뛰어내렸다 머리 등을 크게 다쳐 숨졌다.

사망자들은 모두 여성으로 대부분 강남 등지의 식당에 근무하는 중국동포 여성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나머지 부상자 7명은 순천향대병원과 강남성모병원 등 시내 병원 5곳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나 상당수가 중상을 입은 상태여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소방차 30여대와 구조대원 100여명을 현장으로 출동시켜 30여분 만에 화재를 진압했으나 일부 거주자들이 불길을 피해 3, 4층에서 건물 창문을 통해 건물 아래로 뛰어내리면서 사상자가 더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정씨가 고시원 3층 자신의 방 침대에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지른 뒤 3층과 4층에서 화재를 피해 나오는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가 낸 불은 소방서가 출동해 곧바로 진화됐다"며 "정씨가 흉기를 마구 휘두르면서 피해자들이 크게 다쳤다"고 전했다.

한편 용의자 정씨는 범행 직후 고시원 4층 창고에 숨어 있다가 출동한 경찰에게 현장에서 붙잡혔다.

경찰조사 결과, 정씨는 지난 2002년 8월 경남 합천에서 상경해 이듬해 9월부터 이 고시원에서 생활해 왔으며 뚜렷한 직업도 없이 주차요원과 음식점 배달원 등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하며 궁핍한 생활을 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전과 8범인 전씨는 향군법 위반으로 벌금 150만원형을 선고받고 벌금을 내지 못해 수배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경찰에서 "세상 살기가 싫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범행 동기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생존자들은 "검정색 옷과 모자를 쓴 남자가 다짜고짜 흉기를 휘둘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정씨의 이웃들은 "정씨는 평소 술, 담배도 전혀 하지 않을 정도로 착실했고 사람들과 비교적 잘 어울렸다"며 "그런 정씨가 이렇게 끔찍한 일을 벌였다는 게 믿겨지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수사 관계자는 "정씨는 휴대전화 요금과 고시원비를 내지 못하는 등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려 온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일단 정씨의 진술 등으로 미뤄 정씨가 처지를 비관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날 정씨가 평상시와는 다른 옷차림과 행동을 보였다는 일부 목격자들의 말에 따라 정씨가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자세한 범행동기를 조사 중이다.

이와 함께 경찰은 사망자와 부상자들의 정확한 인적사항을 파악 중이다.

사고가 난 고시원은 지하1층, 지상4층짜리 건물로 이 중 3∼4층과 옥탑방이 고시원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70여명 가량이 생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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