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JP모간의 경영철학과 인수·합병(M&A) 전략을 듣기 위해 마케팅업무를 총괄하는 데이비드 웰스 상무를 찾았다. 때마침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구제금융을 신청한 런던 RBS](https://thumb.mt.co.kr/06/2008/10/2008102015213561849_1.jpg/dims/optimize/)
영국 정부는 금융기관의 우선주를 매입하는가 하면 지급보증 같은 고강도 대책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영국은 제조업 비중이 20% 정도에 불과해 금융산업 의존도가 미국보다 높다. 미국에 앞서 유로권 정부들이 강력한 대책을 내놓은 건 이와 무관치 않다.
시장동향 정확히 분석 예측해 전세계 전송...리스크 대응 필독서
영국 금융시장에서도 주목하는 금융기관이 있다. '월가의 구원투수' '금융시장의 지배자' 등으로 불리는 JP모간이다. JP모간은 1799년 맨해튼은행으로 출발한 후 200여년 동안 숱한 M&A를 거쳐 현재 모습을 갖췄다.
![↑런던 씨티에 자리잡은 JP모건 런던본부](https://thumb.mt.co.kr/06/2008/10/2008102015213561849_2.jpg/dims/optim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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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간은 세계 금융위기 때마다 미국 정부를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미국의 국책은행'이라는 닉네임이 붙기도 했다. 베어스턴스를 인수한 것도 미국 금융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집중호우가 내리는 영국 금융가가 JP모간의 동향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특히 JP모간은 "위기를 즐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계 금융위기 때마다 M&A를 돌파구로 삼아왔다. 설립 후 지금까지 인수한 업체는 1100여곳으로 연평균 5건 이상의 M&A가 있었던 셈이다. 올 들어서도 금융위기의 핵으로 지목된 베어스턴스를 과감히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JP모간이 이처럼 M&A에 적극적인 것은 그간 쌓은 노하우 못지않게 세계 각국에 구축한 정보인프라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이를 대표하는 게 유명한 '4시15분 리포트'다. 전세계 JP모간 사무소에서는 오후 3시 금융시장 마감에 맞춰 1시간15분 이내에 시황과 이슈, 전망, 리스크요인 등을 종합한 리포트를 작성한다. 리포트는 1~2장 분량으로 간단명료하게 정리되며, 모은 정보는 다시 각국으로 전송된다. 즉, 최고경영자뿐 아니라 지역책임자도 세계 금융시장의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 각지에 금융자산에 대한 리스크를 분산, 관리하는데 큰 보탬이 된다. 예컨대 한국에서 원/달러 환율이 변동했다면 JP모간이 다른 지역에서 보유한 달러자산으로 어느 정도 충격을 완충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다. 주식과 채권, 선물투자 등에서 반대포지션 거래를 관리하는데도 효율적이다.
이같은 노력 덕에 JP모간은 서브프라임 사태에서도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JP모간은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이 767억달러로 시장 1위(점유율 15%)를 차지했지만 서브프라임 충격은 거의 받지 않았다. JP모간은 안팎의 정보를 통해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하기 1년쯤 전인 2006년 10월부터 리스크관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