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으로 푸틴 정치력 시험대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2008.10.20 10:22
글자크기
유가 하락으로 러시아 경제 회복에 먹구름이 끼면서 푸틴의 정치력도 시험대에 올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8일자로 분석했다.

러시아증시의 RTS지수는 지난 한주간 20% 급락하며 2005년 6월로 되돌아갔다. 크렘린이 증시 급락과 루블화 폭락을 구제하기 위해 1600억달러를 지원하겠다며 수습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고점에 비해서는 무려 73%나 폭락했다.

알렉세이 쿠드린 재무장관은 그러나 증시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차입 비중이 높은 러시아 재벌 기업들이 알짜 자산을 담보로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 모른다고 분석했다.



루블화 가치 방어에 사용되면서 러시아 외환보유액은 지난 8월 이후 669억달러 줄었다. 이미 4개의 상업은행이 국영화됐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12개 이상 은행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이미 3~4%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지난 9월까지 성장률 7.7%의 절반에 불과하다. 대형 광산 기업이나 자동차 메이커들도 연달아 감산을 발표하고 있다.

아직까지 민심이 흉흉한 정도까지는 아니다. 러시아 관영 언론들이 경제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도한 덕이 크긴 하지만 여론조사기관이 1600명에게 설문한 결과 42%는 지금 상황이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었다.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31%였다.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한 한 러시아 관리는 "지금은 위기까지는 아니다. 성장률은 여전히 플러스권"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성장률이 5%를 밑돌 가능성을 암묵적으로 인정했다.

그는 지난 수년간 원유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를 잘 축적해 온 점도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외환보유액 5310억달러는 러시아 경제를 충격으로부터 살려낼 수 있고 정부 재정 지출의 급격한 감소도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수 주안에 1750억루블을 투입해 자국 증시의 블루칩을 매입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장기 투자의 일환일 뿐 시장 급락을 막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관리는 "올해 러시아 생산 원유의 평균 가격이 배럴당 70달러를 웃돌 것으로 보이고 내년에도 60~80달러 선이면 정부 재정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유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러시아가 국방비와 구제금융으로 계획해 놓은 예산이 산적해 국가재정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JP모간은 내년 우랄 원유 가격이 50달러 밑으로 내려갈 경우 러시아는 최악의 경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이 1800억달러나 되고 유가마저 이 가격을 밑돌 경우 외환보유액의 절반을 써야 하는 상황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