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원칙은 시너지 극대화"

반준환 기자/사진=이명근 기자 2008.10.2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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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정 JP모간 한국대표

금융위기 상황에서 인수·합병(M&A)이 돌파구가 될까.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 추진이 세계무대에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자칫 성장곡선을 되돌리는 덫이 될 가능성도 있다. 위기 때마다 무려 1100곳의 금융기관을 인수한 JP모간은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을까.

임석정 JP모간 한국대표는 "금융위기가 심각하긴 하지만 현상에 지나치게 몰두하면 뒤에 숨어있는 기회를 놓치기 쉽다"며 "글로벌 플레이어와 평범한 금융기관의 차이는 위기를 보는 시각에 있다"고 지적했다.
"M&A 원칙은 시너지 극대화"


글로벌 신용경색 여파로 무너진 투자은행(IB)들을 인수하기 위해 일본·유럽·중국 금융기관들이 적극 뛰어들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설명이다.



―JP모간은 금융위기 때 M&A가 많았다.
▶특별히 위기라서 그런 건 아니다. 금융위기 때는 잠재된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우량자산은 가격이 하락해 투자메리트가 부각된다. JP모간의 M&A 기본원칙은 시너지 극대화에 있다. 베어스턴스는 프라임 브로커리지 사업을, 워싱턴뮤추얼은 캘리포니아 등지의 네트워크가 강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피인수 기업과 문화적 충돌은 없었나.
▶JP모간에 M&A는 문화이자 생활의 일부다. 피인수 회사와 갑을관계가 생기면 충돌이 따르는데, 우리는 동반자적 관계를 맺는다. 능력기준으로 인사를 하기 때문에 직원끼리도 출신을 묻는 것을 금기시한다.



―IB시대가 끝나고 상업은행이 다시 각광받게 됐다는 시각이 있다.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상업은행에 대해 다양한 금융서비스 수요가 생겨나자 탄생한 게 IB다. 이를테면 대형 상업은행이 M&A 기업의 채권발행, 지분출자, 외화조달 등을 도와주면서 IB 개념이 생겼다. 금융 수요자들도 '원스톱 금융'을 원하는 추세여서 IB업무는 사라질 수 없다.

IB의 잘못은 전체 사업의 일부인 자산운용의 레버리지를 지나치게 늘렸고,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다는 데 국한된다. 골드만삭스는 자기자본 대비 30~40배의 자산을 운용했다. 반면 JP모간은 15~20배만 허용해 리스크가 적었다.

―JP모간의 장점은.
▶세계적 네트워크를 구축,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업은행의 기능을 토대로 M&A, 주식, 채권, 금융컨설팅, 소매금융, 신용카드 등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갖췄다. 상품의 결합·교차판매뿐 아니라 지역적으로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국내기업들이 세계 어느 나라와 거래하더라도 처리해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적 IB를 찾을 수밖에 없다.


―최근 금융위기가 국내 금융권에 기회가 될 것으로 보나.
▶물론이다. 리스크를 떠안지 않으면 수익도 얻지 못한다. 리스크를 측정하려면 기업신용, 시장변화, 경영문제, 대내외 변수 등을 계량화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리스크를 정확히 평가해 분석하는 체계를 갖추지 못해 막연히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M&A에 적극적이지 못하거나 세계적 IB가 탄생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산업은행이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포기했는데.
▶애석한 일이다. 인수규모가 3조원이었는데, 성공했다면 세계적 IB 노하우를 얻는다는 점에 엄청난 시너지가가 있었을 것이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하루에도 5조원이 왔다갔다 한다. 금융허브를 표방하는 국가 차원에서 보면 리먼브러더스 투자액 모두를 잃어도 그간의 학습효과를 따지면 얼마든지 가치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아무튼 이번 경험은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산은은 특히 리먼 인수를 위해 정밀한 투자분석 기법을 도입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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