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금융대책 통할까?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임동욱 기자, 오상헌 기자 2008.10.19 15:13
글자크기
- 호주 홍콩 싱가포르 조치, 도미노
- 예금보호 범위 확대 조치 남아
- 민주당, '경제팀 교체' 수용 조건


정부가 19일 발표한 '국제금융시장 불안 극복방안'은 금융위기의 당사자가 아닌 우리나라로서는 '고강도 대책'에 해당하는 내용들이다.



은행권에 300억달러를 추가로 공급하고, 3년간 은행의 외화빚 1000억달러 어치를 정부가 지급보증한 것이 대표적이다. '넉넉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인식이 묻어난다. 한국은행이 전향적으로 움직인 덕도 컸다.

그러나 야당이 대책의 수용조건으로 '강만수 경제팀 교체', '종합부동산세 완화 철회' 등을 내걸고 있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없지 않다. 이미 '공포'에 질려있는 시장에 이번 대책의 효과가 먹힐지도 미지수다.
'고강도' 금융대책 통할까?


◇도미노 효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전광우 금융위원장, 이성태 한은 총재는 19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제금융시장 불안 극복방안'을 발표했다. 이달 20일부터 내년 6월30일까지 국내 은행들이 들여오는 대외채무 1000억달러에 대해 3년간 정부가 지급보증해주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그동안 불필요하게 위기감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며 은행 대외채무에 대한 정부 지급보증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영국 등 유럽 주요국들과 호주가 은행간 채무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을 선언한데 이어 홍콩(14일), 싱가포르(16일) 정부까지 외화예금 보장조치를 발표하면서 반대할 명분을 잃었다. 일종의 '도미노 효과'다.

동남아시아의 금융허브인 홍콩과 싱가포르는 외화예금 유치가 은행의 주된 외화조달 수단으로, 외화예금 보장은 외화조달 조건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다.

신제윤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홍콩과 싱가포르의 외화예금 보장조치는 우리나라의 은행 대외채무 지급보증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며 "홍콩과 싱가포르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대외채무 지급보증을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은행들의 외화조달 여건은 상대적으로 악화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주식형 적립식펀드에 소득공제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은 주식시장으로 자금을 끌어오려는 목적 뿐 아니라 '펀드런'(펀드 대량인출사태)를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 '펀드런' 등으로 인해 주가가 추가 급락할 경우 외국인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원/달러 환율의 재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정부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 남은 카드는?= 유럽 주요국들과 호주가 최근 금융위기에 대응해 내놓은 조치는 크게 3가지. 첫째 은행간 채무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 둘째 금융기관 자본투입, 셋째 예금보호 범위 확대다.

정부는 이번에 대외채무 1000억달러를 3년간 지급보증키로 했고, 기업은행에 대해서도 1조원의 현물출자를 단행키로 했다. 부분적이긴 하지만 은행간 채무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 금융기관 자본투입이라는 2가지 조치가 이미 채택된 셈이다.

남은 대책은 '예금보호 범위 확대'다. 현재 우리나라의 예금보호 한도는 5000만원. 최근 미국은 예금보호 범위를 기존 10만달러에서 25만달러로 늘렸고, 영국은 3만5000파운드에서 5만파운드로 넓혔다. 독일은 아예 무제한 예금보호를 선언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 방안은 '히든카드'로 남겨뒀다. 아직 '뱅크런'(예금 대량인출사태)의 조짐이 없는데다, 괜한 조치를 발표해 자칫 불안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필요할 경우 언제든 시행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강 장관은 "예금보호 범위 확대 등은 아직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러나 필요할 경우 적기에 충분한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책 통할까?= 은행권 대외채무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은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한나라당과는 이미 합의가 된 대책이다. 문제는 야당이다.

민주당은 19일 정부의 '국제금융시장 불안 극복방안'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5가지를 제시했다. 핵심은 '강만수 경제팀 교체'와 '종부세 완화 철회'. 그동안 이명박정부가 온갖 비판에도 불구하고 양보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은행 대외채무 지급보증에 대한 국회 동의까지 난관이 예상되는 이유다.

금융시장의 불안심리가 극에 달했다는 점에서 대책의 약발이 먹힐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실물경제가 경기침체보다 더욱 심각한 '디플레이션'(장기 물가하락)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불거지고 있다.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에서 겪은 디플레이션을 전세계가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디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될 경우 주식시장은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 된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 뿐 아니라 실물경기 부양을 위한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구제금융과 함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감세 등 경기부양책을 함께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도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22일 위기관리대책회의를 거쳐 △미분양 아파트 환매조건부 매입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및 어음 만기 연장 △부동산펀드 조성 지원 등을 골자로 한 건설업체 지원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