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 1200, 바빠진 명동 시장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08.10.1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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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풍향계]직접조달 힘들어 사채 쓰는 코스닥 업체

주식시장이 좀체 바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종합주가지수 2000선 돌파를 환호한지 불과 1년여만에 1200선이 허무하게 무너졌다. 1000선 붕괴도 머지 않았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명동자금 시장에는 새로운 기회라고 한다. 명동의 '큰 손'들은 경영권을 담보로 높은 금리에 사채를 빌려 주거나 인수·합병(M&A)을 위한 '실탄' 준비에 착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채빚에 시달리는 코스닥 업체=대다수 코스닥 상장 업체들은 한달 사이에 주가가 반토막 났다. 유상증자가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신용등급이 낮아 회사채 발행은 꿈도 못 꾸고 있다는 전언이다.

은행권 대출에 목을 맬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은행권이 신용도가 낮은 업체에 대해 신규 대출을 해 주지 않거나 대출만기 연장 조건을 까다롭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는 한 업체는 이맘 때쯤이면 내년도 사업계획에 착수해야 할 시기이지만 손도 못대고 있다. 급하게 빌려 쓴 사채 50억원에 대한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매일 상환 독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여유가 있는 상장사는 자사주 매입하고 있다. 무선 통신장비 제조업체 A사는 주가 안정을 위해 15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섰고, 전자부품 도금전문 업체 B사도 자사주 50만주를 취득키로 했다.

급락장을 노린 개인 투자가들이 가치투자에 나서면서 일부 업체가 '기사회생'한 사례도 있지만, 자산 100억원 이상을 굴리는 '큰 손'들은 여전히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동은 '실탄' 준비 착수=자금을 직접 조달하기 힘든 상장사들이 속속 명동 사채시장에 손을 벌리고 있다. 이들에게 명동 전주(錢主)들이 높은 금리로 사채를 빌려주면서 명동 시장의 어음 할인률이 치솟고 있다.

명동 관계자는 "평상시 금리보다 두 배 이상을 얹어줘야 거래가 성사된다"면서 "인수까지 염두에 둔 사채업자들은 경영권을 담보로 대출을 하고 있다"고 전한다. 증시활황기에 활발했던 주식담보대출 거래는 뜸해졌다. 전주들이 주식담보 대출 시 담보 확보 및 회수 가능성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고 한다.

몇몇 사채업자들은 M&A를 위한 '실탄'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명동 관계자는 "증시 활황기에 최소 30억원하던 코스닥 업체들의 거품이 빠지자 (사채업자들이) 저가 매수를 위해 1년짜리 정기예금을 3개월로 바꾸는 등 인수자금 마련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주가지수 1200, 바빠진 명동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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