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전경 ⓒ순천시 제공
그렇다면 녹색성장이란 무엇일까. 환경을 해치지 않는 경제 발전, 환경을 살리는 산업 생산이라고 하는데 잘 다가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정래권 외교통상부 기후변화대사는 이를 "생태자원은 덜 쓰고 환경은 덜 오염시키면서 경제적 부가가치는 더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녹색경쟁력 지수 1위의 일본은 석유ㆍ가스의 자주개발률이 15%, 3위인 독일은 11%(2005년 기준)로 다른 선진국들보다 낮다. 녹색경쟁력 2위의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휘발유 가격이 제일 높은 나라다.
◇미래 시장의 색깔은 '녹색'=그린강국으로 가기 위해선 녹색기술 선도기업이 핵심적 요소다. 반도체산업이 그렇듯 환경산업도 기술표준을 먼저 장악하는 쪽이 시장을 선점하기 때문이다. 이 수석연구원은 "유럽연합(EU) 역내의 자동차회사들처럼 먼저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표준으로 시장을 만들어 버리면 후발주자들이 그 표준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녹색기술을 적용한 녹색상품이 아니면 진출할 수 없는 시장이 늘어날 전망이다. 정근해 대우증권 스몰캡(소형주) 팀장은 "국제사회 합의로 규제책이 강화되면 미래에는 녹색상품이 아니고서는 뛰어넘기 힘든 장벽이 구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팀장은 "아직까지는 녹색 규제에 대한 국제적 합의의 결속력이 약하기 때문에 녹색상품들이 강한 이익 모멘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녹색장벽이 구축된 후에는 대처하려 해도 이미 때가 늦을 것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미리 녹색 규제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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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녹색성장을 위해선 국제사회의 '합의'와 '압력'보다 더 강력한 변수가 있다. 라이프스타일, 즉 생활양식의 변화다. 이전에는 공짜처럼 마구 쓰던 생태자원이 비싸지면 사람들은 스스로 생활양식을 바꿔 녹색기술상품을 쓸 수밖에 없다.
정래권 대사는 "생태자원이 공짜인 시대는 지나갔지만 사람들은 한 번 높인 삶의 질을 포기하려 들지 않는다"며 "생태자원을 덜 쓰면서 생활편의를 제공해줄 수 있는 녹색상품을 제공한다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그린라이프'가 그린강국 만든다=녹색성장을 위해서는 일상생활 속에서 녹색상품을 소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공에 대한 패러다임 자체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정 대사는 "큰 차와 큰 아파트를 성공의 척도로 삼는 문화에서는 녹색성장이 힘들다"며 "프랑스나 일본 등 저탄소 국가처럼 성공의 가치관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물질적 부, 물질적 풍요로움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 시각이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 대사는 아울러 "물질적 부가 많지 않아도 질 높은 삶을 누릴 수 있는 문화적, 사회적 인프라 확충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순천시는 생태자원은 덜 쓰면서 부가가치는 올리고 사람들의 삶의 질은 높이는 녹색성장의 대표적인 모델로 꼽힐 만하다. 순천시에는 갈대밭으로 유명한 순천만이 있다. 순천시는 이 갈대밭을 밀어 아파트를 짓지 않았다. 다만 나무판자로 길을 내는 등 165억원을 들여 갈대숲을 자연생태공원으로 조성했다. 이 결과 지난해 생태관광객 180만명을 유치할 수 있었다. 지난해 생태관광에서 720억원, 순천만 갈대축제에서 252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올렸다. 순천시의 가치 창출은 아파트 건설이 아니라 함께 걸을 수 있는 갈대숲 산책로에서 나왔다.
생태를 뜻하는 에콜로지(Ecology)와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는 원래 '에코(Eco)'로 어원이 같다. 에코(Eco)의 원형은 그리스어 '오이코(oikos)', 즉 '집'을 뜻한다. 우리가 자연을 우리 집처럼 아낄 때 우리 집, 우리나라의 경제도 풍요로워진다. 21세기엔 원래 어원처럼 에콜로지의 '에코'와 이코노미의 '에코'가 같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