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성장엔진 '자연을 자연스럽게'

이경숙,황국상 기자 2008.10.2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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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강국을 디자인하라]<총론끝-1>그린강국으로 가는 길

↑전남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전경 ⓒ순천시 제공↑전남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전경 ⓒ순천시 제공


글로벌 금융위기로 떠들썩한 상황에서 `녹색성장(Green Growth)'은 한가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녹색성장'은 당장 긴급해 보이지는 않지만 이 시대가 요구하는 매우 중요한 과업이다.

그렇다면 녹색성장이란 무엇일까. 환경을 해치지 않는 경제 발전, 환경을 살리는 산업 생산이라고 하는데 잘 다가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정래권 외교통상부 기후변화대사는 이를 "생태자원은 덜 쓰고 환경은 덜 오염시키면서 경제적 부가가치는 더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덜 쓰고 많이 얻는 법= 실제로 연구결과를 보면 자원을 아껴 쓰는 나라일수록 녹색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개발해 발표한 '녹색경쟁력 지수'를 보면 자원이 없는 자원빈국이 그린강국이다.

녹색경쟁력 지수 1위의 일본은 석유ㆍ가스의 자주개발률이 15%, 3위인 독일은 11%(2005년 기준)로 다른 선진국들보다 낮다. 녹색경쟁력 2위의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휘발유 가격이 제일 높은 나라다.



이지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주로 에너지 자립도가 떨어지는 선진국 정부들이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녹색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녹색경쟁력이 높은 나라에는 녹색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며 기업의 노력도 강조했다.

◇미래 시장의 색깔은 '녹색'=그린강국으로 가기 위해선 녹색기술 선도기업이 핵심적 요소다. 반도체산업이 그렇듯 환경산업도 기술표준을 먼저 장악하는 쪽이 시장을 선점하기 때문이다. 이 수석연구원은 "유럽연합(EU) 역내의 자동차회사들처럼 먼저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표준으로 시장을 만들어 버리면 후발주자들이 그 표준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녹색기술을 적용한 녹색상품이 아니면 진출할 수 없는 시장이 늘어날 전망이다. 정근해 대우증권 스몰캡(소형주) 팀장은 "국제사회 합의로 규제책이 강화되면 미래에는 녹색상품이 아니고서는 뛰어넘기 힘든 장벽이 구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팀장은 "아직까지는 녹색 규제에 대한 국제적 합의의 결속력이 약하기 때문에 녹색상품들이 강한 이익 모멘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녹색장벽이 구축된 후에는 대처하려 해도 이미 때가 늦을 것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미리 녹색 규제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녹색성장을 위해선 국제사회의 '합의'와 '압력'보다 더 강력한 변수가 있다. 라이프스타일, 즉 생활양식의 변화다. 이전에는 공짜처럼 마구 쓰던 생태자원이 비싸지면 사람들은 스스로 생활양식을 바꿔 녹색기술상품을 쓸 수밖에 없다.
 
정래권 대사는 "생태자원이 공짜인 시대는 지나갔지만 사람들은 한 번 높인 삶의 질을 포기하려 들지 않는다"며 "생태자원을 덜 쓰면서 생활편의를 제공해줄 수 있는 녹색상품을 제공한다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그린라이프'가 그린강국 만든다=녹색성장을 위해서는 일상생활 속에서 녹색상품을 소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공에 대한 패러다임 자체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정 대사는 "큰 차와 큰 아파트를 성공의 척도로 삼는 문화에서는 녹색성장이 힘들다"며 "프랑스나 일본 등 저탄소 국가처럼 성공의 가치관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물질적 부, 물질적 풍요로움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 시각이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 대사는 아울러 "물질적 부가 많지 않아도 질 높은 삶을 누릴 수 있는 문화적, 사회적 인프라 확충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순천시는 생태자원은 덜 쓰면서 부가가치는 올리고 사람들의 삶의 질은 높이는 녹색성장의 대표적인 모델로 꼽힐 만하다. 순천시에는 갈대밭으로 유명한 순천만이 있다. 순천시는 이 갈대밭을 밀어 아파트를 짓지 않았다. 다만 나무판자로 길을 내는 등 165억원을 들여 갈대숲을 자연생태공원으로 조성했다. 이 결과 지난해 생태관광객 180만명을 유치할 수 있었다. 지난해 생태관광에서 720억원, 순천만 갈대축제에서 252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올렸다. 순천시의 가치 창출은 아파트 건설이 아니라 함께 걸을 수 있는 갈대숲 산책로에서 나왔다.

생태를 뜻하는 에콜로지(Ecology)와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는 원래 '에코(Eco)'로 어원이 같다. 에코(Eco)의 원형은 그리스어 '오이코(oikos)', 즉 '집'을 뜻한다. 우리가 자연을 우리 집처럼 아낄 때 우리 집, 우리나라의 경제도 풍요로워진다. 21세기엔 원래 어원처럼 에콜로지의 '에코'와 이코노미의 '에코'가 같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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