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vs지경부, '맥킨지'놓고 엇박자 왜?

황국상 기자 2008.10.16 15:11
글자크기

총리실 '온실가스 용역' 맥킨지 선정 움직임에 지경부 반대 입장

-총리실 "선진 컨설팅 기법 도입"
-지경부·재계 "영업기밀 노출 우려"
-총리실, 재계 대변 지경부 못 믿는다는 관측도

국내 중기 온실가스 감축목표 산정 작업을 둘러싸고 주무부처인 국무총리실과 지식경제부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총리실이 온실가스 감축목표 용역 우선협상 대상자로 미국계 컨설팅업체인 맥킨지를 선정하려 하자 지경부가 크게 반발하고 나선 것.

일단 총리실이 한발 물러서기는 했지만 이번 일을 빌미로 새로운 기준 마련과 관련해 총리실과 지경부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질 전망이다.



◇15일 오후 회의에선 무슨 일이 = 16일 관계부처·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총리실과 지경부는 지난 15일 오후 5시부터 3시간여동안 정유·철강·반도체·자동차 등 10개 업종 및 경제단체 관계자를 불러 간담회를 갖고 '국내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 분석' 용역 발주 건에 대해 논의했다.

정부는 이번 용역을 통해 업체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기술·설비 등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총리실은 최근 이 용역 수행을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맥킨지를 지정해 재계에 통보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재계와 지경부 측은 ‘왜 하필 외국계 컨설팅이여야 하냐’며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관계자는 "맥킨지의 선진 컨설팅 기법을 도입하면 결국 국내 컨설팅사의 역량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우선협상 대상자 지정 이유를 설명했다고 한다.

또 재계에서 집중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영업기밀 누설' '국가협상력 약화' 등과 관련해서는 "매킨지가 보안서약을 하고, 국가정보원을 통해 관련 사실을 점검케 하면 막을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실의 무리수, 지경부 못믿어서? = 이에 앞서 지경부는 지난 6월 가정·상업, 수송, 산업부문 온실가스 인벤토리(일람표)를 근거로 분석을 실시해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15~20%를 줄일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총리실은 이런 분석결과가 있는데도 3개월여만에 별도의 분석을 실시하려고 한 셈이다.

총리실이 이같은 무리수를 둔 이유가 '지경부와의 갈등'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지경부가 업계 이익을 대변하고 있어 총리실이 지경부 자료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



한 정부 관계자는 "지경부가 온실가스 정책 수립과 관련한 자료를 총리실에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부처인 지경부가, 재계에 압박을 줄 수 있는 자료를 총리실에 고스란히 보고했을 리 만무하다는 의미다.

지경부는 2005년에 가정·상업 부문, 2006년엔 수송, 2007년엔 산업부문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원 및 배출량 자료를 조사·분석해 현재 그 결과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산업부문 자료는 10개 업종별 국내 주요 업체 총 80개사의 정보를 담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