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TV토론 압승 '첫 흑인 대통령 보인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10.16 14:06
글자크기

3번째 대결도 70% vs 22% 우위… 한미 FTA 논란도 부각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을까.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가 3차 TV토론에서도 우위를 이어가며 대선 가도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오바마 TV토론 압승 '첫 흑인 대통령 보인다'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와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는 15일(현지시간) 밤 10시부터 90분 동안 뉴욕주 햄스테드 호프스트라대에서 마지막 TV토론을 갖고 경제위기의 진단과 해법, 네거티브 선거운동 문제 등의 주제를 놓고 격돌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뉴욕증시의 주가 폭락을 의식해서인지 2차 토론 때와 마찬가지로 토론 시간의 3분의 2 가량이 경제 문제에 할애됐다. 특히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도 거론돼 주목을 끌었다.

그동안 2차례 토론에서 열세를 나타냈던 매케인은 이번 3차 토론에서는 뒤처진 것을 만회하기 위해 공세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이번 유세에서도 앞의 1, 2차 TV 토론 때와 마찬가지로 오바마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 매케인의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TV토론 직후 실시된 CNN의 전화 여론조사에서 오바마는 매케인을 70%대 22%로 눌렀다. 매케인이 강점으로 내세운 국가안보와 외교는 경제 문제에 가려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매케인 후보는 "미국인들은 월가의 탐욕과 사치, 워싱턴 정치로 인한 무고한 희생자(innocent victims)"라고 강조했다. 매케인은 "나는 증세를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오바마 후보의 세금정책은 증세를 통해 부를 나눠주자는 '계급투쟁'과도 같은 것"이라고 밝혔다. 매케인은 "미국은 기업 세금이 2위인 나라기 때문에 이를 감면하는 것은 당연하며 그래야 일자리를 창출하고 개발 투자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는 "나와 매케인의 정책에서 가장 큰 차이가 나는 것은 감세정책"이라며 "매케인은 돈을 많이 버는 기업에게 세제 혜택을 주려하지만 나는 95%의 중산층 가정에 감세 혜택이 돌아가게 하려고 하는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매케인과 오바마는 미국 주택소유자들을 보유하는 것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매케인 후보는 "이번 구제방안에서 주택보유자들이 헨리 폴슨 장관의 우선 순위가 아닌 것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고 밝혔다. 오바마도 "주택 보유자들을 돕는 것에 대해서는 매케인의 생각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매케인은 지금껏 부시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으며, 그의 경제정책은 예산적자를 늘리는데 일조했으며, 특히 대기업을 위한 정책에 치우쳤다고 주장했다.

오바마는 "미국인들은 앞으로 4년간 실패한 경제정책을 지켜볼 수 없다"면서 매케인의 정책이 부시와 유사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매케인은 "나는 부시 대통령이 아니다"면서 "대통령이 되면 새로운 방향으로 갈 것이며, 국민들은 새로운 방향을 원한다"고 차별성을 부여하려 애썼다.

매케인은 "오바마는 역대 어느 대선후보보다 많은 돈을 네거티브 선거광고에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는 "여론조사 결과 3분의 2의 응답자들이 매케인 후보 진영의 광고 캠페인이 더 네거티브라고 생각한다"고 맞받아쳤다.

자유무역에 관한 견해차도 드러났다. 오바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언급하면서 "한국은 매년 수십만 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는 반면 미국이 한국에 파는 자동차는 고작 4000~5000대에 불과하다. 이것은 자유무역이 아니다"는 이전 주장을 되풀이했다. 오바마는 "우리는 FTA의 이익을 이해하지만 미국 기업과 노동자들을 위해 불공정한 FTA에 반대할 수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매케인은 "나는 자유무역주의자"라며 "자유무역은 직접 투자하지 않고도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반박했다. 매케인은 "시장개방에 따른 실직을 걱정하기 보다는 직업교육 등을 통한 미국 노동자들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부통령 후보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매케인은 새러 페일린 부통령 후보는 공화당 개혁의 역할 모델"이라며 "신선한 공기를 미국의 수도에 불어넣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역시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후보는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후보"라며 중산층을 위한 의정활동 이념, 약자를 위한 법안 추진 등의 장점을 설명했다.

이로써 양 후보는 3차례 공식 TV토론을 모두 마치고 11월 4일 대선일까지 표심을 잡기 위한 막판 유세에 나선다.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각종 여론 조사에서는 오바마가 매케인을 14%포인트 차로 따돌리며 승리를 굳히고 있다. 그러나 '브래들리 효과'로 인해 오바마를 지지하던 백인 유권자들의 표가 막판에 매케인으로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브래들리 효과란 지난 1973년부터 1993년까지 무려 20여년동안 로스앤젤레스 시장을 지냈던 흑인 톰 브래들리 시장이 지난 1982년과 1986년 두 차례나 주지사에 도전했으나, 선거 전날까지 높게 나타났던 여론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낙선한 것을 일컫는 말이다.

흑인 출마자에 대해 겉으로는 차별을 드러내지 않고 여론조사에 응하던 백인들이 정작 투표장 안에 들어가서는 다른 백인에 투표하는 현상을 지적한 것이다. 오마바가 우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일단 오바마는 3차례 TV토론에서 압승을 거두며 그가 가진 자질을 미 국민들에게 입증시켰다. 최초의 흑인 미국 대통령이 탄생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