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공기업 개혁 또 '용두사미'

김광수 강원대 경영대학 교수 2008.10.1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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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공기업 개혁 또 '용두사미'


지난 10일 3차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이 발표되면서 마침내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개혁 청사진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 동안 두 차례 발표되었던 개혁안들이 너무나 미흡하여 많은 비판을 받았던 터라 ‘설마 이 번 만큼은……’하고 기대했지만 3차 계획 역시 미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8월 초부터 정부가 319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3차에 걸쳐 발표한 개혁안에 따르면 ▶38개 기관을 민영화 ▶ 38개 기관을 17개 기관으로 통합 ▶5개 기관을 폐지하기로 하는 등 모두 108개 기관을 개편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숫자상으로 표현된 것일 뿐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당초의 개혁의도와는 거리가 멀기만 하다.
 
개혁의 목표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민영화의 경우, 당초 50~60개 기관을 예상하였던 것이 대폭 감소했다. 민영화대상으로 결정된 기관 역시 숫자상으로는 38개에 이르지만, 이미 매각키로 결정된 기관과 억지로 끼워 맞춘 기관을 빼고 나면 새롭게 민영화 대상이 된 기관은 11곳에 불과하다. 이들 11곳도 그 규모나 경제적 중요성이 미미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정작 개혁해야 할 기관들은 손도 못 대고 있는 실정이다.
 
통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벌써부터 통합의 필요성이 강조돼 왔던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 의 경우도 아직까지 정치적 이유로 논의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공기업의 폐단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왔던 낙하산 인사와 각종 경영비리 또한 새 정부 들어서도 그칠 줄 모르고 오히려 그 도를 더 해가고 있다. 실제로 비전문 인력에 의한 부실·방만 경영이 계속되고 있고, 이로 인해 부채는 날로 늘어가고 만성적자 또한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고액의 연봉, 성과급잔치, 외유성 출장 등은 여전하기만 하다.



모럴 해저드가 극에 달한지 이미 오래다. 공기업 임원이 공금을 잘못 투자해 수천억 원을 날려도 쉬쉬하고 넘어가는, 일반 기업에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들이 속출해도 어느 누구도 분명하게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그 뿐만이 아니다. 최근 드러난 바에 따르면 공기업들이 탈세를 일삼아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토지공사 등 많은 공기업들의 평균 탈세액이 민간기업보다 더 많았다는 집계까지 나왔다. 왜 공기업의 비리가 이렇게 그칠 줄 모르고 발생하고 있는가.
 
흔히 공기업은 공익성 때문에 존재해야 한다고 하지만, 공익성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세금부담을 줄여주는 데에 그 본뜻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닉네임까지 얻어가면서 세금 낭비를 일삼고 있는 공기업의 행태가 어떻게 공익성으로 대변될 수 있겠는가.
 
이제 공기업개혁은 이 나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가 됐다. 그러나 그 해법은 지금까지처럼 정치논리에서 찾아서는 안 된다. 오늘의 정치적 해법은 내일의 정치적 숙제가 된다는 것을 절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오로지 국민을 위한 경제논리에서 개혁의 방향과 해법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유일하게 공기업개혁을 대선공약으로 내걸고 출범했기 때문에 많은 국민이 아직까지 개혁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출범 초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촛불시위가 장기화되고 그동안 주춤하고 있던 집단이기주의와 지역이기주의가 되살아나면서 당초의 개혁의지는 퇴색되고 개혁안 마련도 겉돌기만을 거듭해 왔다.

때마침 지금 우리는 미국발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경제적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과거 IMF사태를 맞아 공기업개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던 경험을 되살려 이번에도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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