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펀드의 딜레마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08.10.1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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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 백(Buy Back) 위한 건설사 신용보강이 핵심

금융권과 건설업계가 미분양펀드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건설업계는 악성 재고자산으로 남아있는 미분양아파트를 털어낼 경우 유동성에 숨통이 트인다. 금융권은 할인된 가격에 미분양아파트를 매입해 시장이 정상화된 이후 되팔 경우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건설업계와 금융권의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미분양펀드는 건설사의 신용 보강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선 미분양펀드의 신용보강은 주로 건설사의 신용을 바탕으로 한다. 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신용보강은 2~3년 뒤에 건설사가 재매입(Buy Back)하거나 차액을 보전하는 조건이다.

또한 직접 펀드가 매입을 하지 않더라도 부족한 자금만큼 대출을 해주는 방안도 있다. 이 경우 대출에 따른 보증수수료와 이자를 건설사가 부담해야 한다. 2~3년 뒤에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면 대출을 모두 상환해야 한다.



이처럼 금융권이 건설사의 신용보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미분양아파트가 갖고 있는 리스크 때문이다. 금융권이나 투자자 모두 2~3년 뒤 아파트 가격이 오르지 않고 오히려 떨어진다면 엄청난 손실이 불가피하다.

결국 건설사가 최소한의 이익을 보장한 가격에 되사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2~3년간 자금을 융통하는데 그치고 마는 셈이다.

따라서 건설업체 규모별로 신용보강에 대한 반응이 다를 수밖에 없다.


대형건설업체들은 현재의 미분양아파트로 유동성에 다소 문제가 있긴 하지만 굳이 과도한 신용보강까지 감수하면서까지 미분양펀드를 통해 물량을 소화할 필요가 없다. 또 미분양아파트를 펀드에 판다는 것 자체가 브랜드 인지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펀드의 개념은 지금은 거래가 실종됐으니 2~3년간 임대로 돌리다가 재매각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사업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자금 융통을 위해 미분양펀드를 활용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견건설사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미분양펀드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실제로 중견건설사들은 대한주택공사의 미분양아파트 매입, 다올부동산자산운용의 미분양펀드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중견건설사는 신용보강이 쉽지 않다. 중견건설사발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상황에서 금융권이 중견건설사들의 신용을 고스란히 인정해줄 리가 없다.

정부 또는 대한주택보증, 신용보증기금 등의 신용보강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가 중견건설사의 신용을 보증함으로써 투자자에게 확정 수익률을 제시할 있고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주문이다.

미분양펀드를 검토중인 증권사 관계자는 "건설사의 신용을 믿지 못하겠으니 정부가 건설사 신용을 보증해야 한다"며 "투자자에게 확정 수익률을 제시해야만 미분양펀드로 자금이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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