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또 폭락 "침체 공포 부활"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10.1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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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마감]경기둔화, 전지역·전업종 확산

금융위기에 가려있던 경기침체의 공포가 되살아나며 뉴욕 증시가 또다시 폭락했다.
사상 유례없는 정부개입으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완화되는 기미를 보이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소비·제조 등 실물경제 지표가 투매를 불렀다.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에 비해 733.08포인트(7.87%) 폭락한 8577.91을 기록, 이틀만에 9000선 아래로 내려갔다. 다우지수 하락폭은 지난 9월29일 777.68포인트 하락 이후 사상 두번째이다.



뉴욕증시 또 폭락 "침체 공포 부활"


나스닥 지수도 150.68포인트(8.47%) 무너진 1628.33으로 마감했다. S&P500 지수는 90.17포인트(9.03%) 떨어진 907.84로 장을 마쳐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S&P500지수 하락폭도 1987년 대폭락 이후 사상 2위를 기록했다.

금융위기와 관련된 악재나 정부조치는 없었지만, 이날은 실물 경기 관련 지표들이 '월가의 금융위기가 급속히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투매의 빌미를 제공했다.



인텔, 코카콜라, J.P모간, 웰스 파고가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으로 분전했지만 시장의 공포를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유가가 배럴당 75달러 아래로 내려가면서 에너지관련 대형주들이 급락한 점도 지수 하락세를 부추겼다.

◇ 소매 제조 지표 '최악'..연준 베이지북 발표로 하락세 가속

장중 줄곧 내리막을 걷던 미국 증시는 오후들어 연준이 베이지북을 발표하면서 하락 기울기가 더욱 가팔라진 끝에 장중 최저 수준에서 마감했다.


연준은 이날 발표한 베이지북을 통해 지난달말 현재 12개 연방은행 관할지역 전체에서 소비지출이 감소됐으며 생산활동 역시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베이지북은 특히 금융경색에도 불구, 미 경제활동을 지탱해온 비금융부문에서도 경기둔화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이날 오전 발표된 미국의 9월 소매판매는 전달에 비해 1.2% 감소해 석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소매 판매가 분기 기준으로 뒷걸음질친것은 집계를 시작한 92년 이후 처음이다. 감소율도 2005년 8월 이후 3년만에 최대다.

미국의 8월 기업재고는 전달 대비 0.3% 늘었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0.5% 증가)와 전달치(1.1% 증가)에 비해 낮은 결과다.
뉴욕주의 제조업활동을 나타내는 엠파이어스테이트지수도 마이너스 24.6을 기록해 예상치인 마이너스 10보다 크게 악화됐다. 전달치인 마이너스 7.4에 비해서도 큰폭 하락했다.

◇ 대형 제조업 블루칩, 경기침체 직격탄

다우지수를 구성하는 30개 대형 블루칩 가운데 코카콜라를 제외한 29개 종목이 하락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익성이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S&P500 소매업종 지수도 8.4% 폭락, 경기침체와 이로 인한 소매매출 감소 우려를 반영했다.

코카 콜라는 3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주가가 1.1% 상승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장비 메이커 캐터필러가 11.4%, 세계 최대 알루미늄 제조업체 알코아가 12.8% 급락하는 등 나머지 종목은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유가 급락도 증시에는 악재가 됐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5달러 아래로 내려가면서
엑슨모빌 주가가 13.9%, 체사피크 에너지가 24.3% 내려앉는 등 에너지 관련주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인텔은 4분기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지만 0.2% 상승에 그쳤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e베이는 장종료 직후 3분기 순이익이 4억9200만달러, 주당 38센트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스카이프 인수에 따른 상각으로 인해 주당 69센트, 총 9억35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스톡옵션등 1회성 경비를 제외할 경우 순이익은 5억9200만달러, 주당 46센트를 기록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이는 팩트셋 집계 월가 전망치 41센트를 웃도는 것이다. 그러나 4분기 순이익은 애널리스트 전망치인 주당 48센트보다 낮은 주당 41센트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장중 14.89% 급락한 e베이 주가는 장 종료후 실적발표가 이뤄지자 시간외 거래에서 7% 이상 추가 급락하고 있다.

◇ '기대 이상' 실적도 빛바래

이날 발표된 주요 금융회사들의 실적은 시장의 전망치는 웃돌았지만 금융경색 지속과 경기침체 우려를 넘지 못하고 하락했다.

JP모간은 3분기 순익이 부실 모기지 관련 자산상각 등으로 전년비 85% 급감했다고 밝혔다. 3분기 순익이 5억2700만달러(주당 11센트)로 전년 34억달러(주당 97센트)에 비해 85%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주당 18센트 손실을 넘어서며 흑자를 냈다.
매출은 전년 184억달러에서 147억4000만달러로 줄었다. 주가는 5.8% 하락했다.

웰스파고의 3분기 순익도 전문가 예상치를 상회했지만 주가는 0.5% 떨어졌다. 신용위기로 경쟁 은행들이 무너지면서 시장 점유율 확대 수혜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웰스파고는 15일 3분기 순익이 16억4000만달러(주당 49센트)로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고 밝혔다. 주당 순익은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주당 43센트를 웃돌았다.

이밖에 뱅크오브 아메리카 10.2%, 씨티 12.84%,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13.4% 등 금융주들이 일제 약세를 보였다.

◇ 유가 14개월래 최저, 엔화 급반등

국제유가가 배럴당 75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내년 세계 원유 수요 증가 전망치를 공식 하향하면서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감소 예상이 유가를 급속히 끌어내렸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4.09달러(5.2%) 급락한 74.54달러로 마감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5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8월31일 이후 처음이다.

국제유가는 지난 7월11일 배럴당 147.2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불과 석달만에 49% 하락, 정확히 반토막으로 떨어졌다. 연초에 비해서도 22% 급락한 것이다.

OPEC은 이날 발간한 월간 보고서에서 내년 세계 원유의 하루 수요량이 올해 보다 80만배럴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종전의 90만배럴에 비해 10만배럴 낮춘 것이다. OPEC은 "2009년 세계 경제 성장률 둔화가 원유에 대한 수요를 둔화시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의 침체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으로 엔화가 달러화 대비 급등했다.

오후 3시45분 현재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에 비해 1.11센트(0.81%) 하락(달러가치 상승)한 1.3509달러를 기록중이다. 파운드/달러 환율 역시 0.39%하락했다.

엔/달러 환율은 1.39센트(1.36%) 급락(엔화가치 상승)한 100.67엔에 거래됐다.
엔화가 달러대비 강세로 돌아선것은 5일만에 처음이다. 미 정부가 2500억달러를 투입, 은행들의 주식을 매입하기로 했지만 경기침체 추세를 되돌리기는 힘들다는 인식이 작용했다.
이날 미 증시 주요지수가 일제히 8%선 폭락세로 돌아서면서 엔 캐리트레이딩이 급속히 청산된 점도 엔화 강세를 가속화했다.

미즈호 코퍼레이트 뱅크의 선임 외환 트레이더 야나기하라 히데토시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접어들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증시 붕괴에 대비, 엔화를 매입하려는 '위험 회피'현상이 추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야나기하라는 엔/달러 환율이 수주일내에 95엔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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