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탐욕과 공포의 반복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10.1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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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종말론'부터 '위험자산 확대'까지 전망 혼재

이틀 연속 사이드카가 발동되던 코스피시장이 숨고르기 국면을 연출했다.
비록 -2.0% 하락했으나 양봉을 그려냄에 따라 우려의 목소리를 찾기는 어려웠다.

여전히 종목 대응 장세는 아니었다.
전날 상한가로 치닫던 대형 조선업체 4인방이 모두 조정을 받았고 시총1위 대장주인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도 전날 상승분의 1/3을 반납했다.
시총상위 종목에서 SK텔레콤 (57,500원 ▼900 -1.54%), KT (41,800원 ▲100 +0.24%) 등 통신주와 KT&G (107,100원 ▲400 +0.37%)가 0.5%선 상승세를 보였으나 지수하락시 방어주의 상승일 뿐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대목이었다.



원/달러 환율은 1239.5원으로 31.5원 오르며 5일만에 상승반전했다. 연고점(1485.0원) 대비 300원 가량 급락한 시점을 매수기회로 여기는 모습이었다.
전날에 이어 장초반 1100원대로 진입했으나 예전 저항선이었던 1150원선이 지지선으로 바뀜에 따라 단기 급락에 대한 반등 조정이 이뤄졌다.

증시와 환율이 모두 안정권으로 돌입하기 위한 마지막 시점에서 저항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공황을 언급하던 시장 분위기는 이제 '시스템 붕괴는 없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어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기인한 것이었는데 글로벌 공조체제가 구축되면서 시스템 붕괴에 대한 우려는 거의 해소됐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대표는 "시스템 붕괴를 너무 쉽게 얘기하는데 시스템이 붕괴된다면 현금보유조차도 무의미한 상황이 도래하는 것"이라면서 "자산을 팔고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하지만 이는 시스템 붕괴를 경고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하락리스크가 여전히 크다는 쪽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실장도 "시스템 붕괴란 정부 무용론을 말하는 것인데 그런 극단적인 비관론은 피해야 한다"면서 "아직까지 팽배한 불안감은 금융구제책이 가져올 마찰적인 요인과 실물경기가 예상보다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기초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원/달러와 엔/달러 및 유로화 등 외환시장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고 CDS(크레딧디폴트스왑)금리와 변동성(VIX, VXN)도 마찬가지로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수준까지 겪었다.
하루짜리를 초과하는 달러리보가 여전히 문제지만 예금보장과 금융기관 생존을 확약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 또한 해결될 전망이다.

3분기 기업실적도 큰 문제는 아니다. 지금처럼 금융시장이라는 판 자체가 흔들릴 정도로 급박한 상황에서 기업실적 악화는 어느정도 예상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양 실장은 "IMF외환위기 때 한국에선 은행과 기업을 '없애는' 쪽이었지만 현재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공조체제는 '살리는' 관점을 갖고 있다는 게 확연한 차이점"이라면서 "보통주가 아닌 우선주를 통한 자금투입은 주가도 보호하겠다는 적극적인 해결수순"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지표가 생각보다 심각하게 악화될 경우 금융시장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주가가 단기 바닥을 찍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진정한 추세바닥을 형성했는지 여부는 추후 확인이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피력했다.

이영원 푸르덴셜투자증권 전략분석실장은 "또 다른 위기가 초래돼도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으로 막아나갈 것이기 때문에 시스템 붕괴 우려는 합당치 않다"면서도 "실물경제가 얼마나 악화될 것인지 알아낼 방법이 없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는 여전히 관망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대표도 "금융시스템과 법규를 재정비할텐데 이는 금융버블을 촉발시켰던 투자은행, 헤지펀드, PEF(사모펀드) 같은 비지니스 모델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세가 급반전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그러나 개인적인 관점을 얘기하라면 현재는 리스크를 확대해 나가야하는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시장 역사를 보면 위기는 모양을 달리해서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는 1930년대 대공황이나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불황, 그리고 동아시아 IMF사태와 상황이 다를 뿐더러 대응방법도 다르다. 때문에 장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누구도 자신할 수 없다.

종말론자는 시스템 붕괴까지 예언하고 있으며 자산가격 하락론자는 모든 자산을 팔고 현금화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반대로 낙관론자는 현재 시점이 절호의 주식 매수기회이며 위험자산 보유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상황이 매번 달라도 한가지 공통적인 것은 있다. 인간의 공포와 탐욕은 그대로 되풀이돼 왔다.
문제는 현재 처해있는 상황이 공포와 탐욕 어느 쪽에 치우쳐 있는지 지나기 전에는 알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그 판단 여하에 따라 빈부와 생사가 오간다는 점이다. 결국 역사를 바꾸고 있는 엄청난 금융위기도 개개인의 몫으로 돌아간다.

삼성전자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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