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도 안돼 원금손실 ELS·ELF 속출

임상연 기자, 박성희 기자 2008.10.1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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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홍콩H 급락에 녹-인 잇따라…무리한 상품개발 자성론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서도 증권 및 자산운용사들이 ELS, ELF 등 주가연계파생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어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무리한 상품개발 경쟁으로 출시된 지 한 달도 채 안 돼 원금손실 구간(녹인, Knock-In)에 접어드는 ‘최단기 녹인 상품’들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도를 넘어선 상품개발 경쟁으로 투자자들의 피해는 물론 시장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신證 ELS 출시 11일 만에 '펑'
15일 증권 및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이 지난 달 25일 발행한 'ELS 700'은 출시 11일 만에(영업일 기준) 녹인이 발생했다.
한달도 안돼 원금손실 ELS·ELF 속출


이 상품은 LG와 삼성중공업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만기 2년 조기상환 상품. 지난 10일 기초자산 중 하나인 삼성중공업 주가가 장중 1만9400원까지 떨어지면서 기준가(3만3300원)의 60% 아래로 내려가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이 상품의 지난 14일 종가기준 손실률은 17.75%. 만약 1억원을 투자한 고객이 중도환매 할 경우 환매수수료(환매금액의 6%)를 포함해 2268만5000원을 잃게 된다.

물론 만기 때 삼성중공업의 주가가 기준가의 80% 수준(2만6640원)까지 회복된다면 연 22.5%의 이익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선 일단 원금손실 구간에 들어섰기 때문에 불안할 수 밖에 없다.

ELF에서도 최단기 녹인 상품들이 잇따르고 있다. 푸르덴셜자산운용이 지난 2일 설정한 ‘푸르덴셜2Star파생상품SP-3호’는 불과 6일 만에 녹인이 발생했다. 기초자산중 하나인 포스코의 주가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상품은 원금보존형 ELF로 만기(3년) 때까지 보유하고 있으면 투자비용(1000만원 투자시 약 13만원)을 제외한 원금은 건질 수 있다.


또 피닉스자산운용이 지난 8월 27일 내놓은 ‘피닉스지수연계파생상품 47호, 48호, 49호’는 30여일 만에 모두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기초자산중 하나인 홍콩 H 증시가 40% 이상 폭락하면서 녹인이 발생한 것. 만기 때가지 홍콩 H증시가 기준가(11780.91포인트)를 회복하지 못할 경우 원금손실이 불가피하다.

"일단 내놓고 보자"식 상품개발이 문제
한 달도 채 안돼 원금손실 가능성이 발생했지만 해당 회사들은 "고객이 고수익, 고위험을 선택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또 일부 회사들은 "그렇게 빨리 터질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들 상품들이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제금융시장이 매우 불안한 상황에서 출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어떤 돌발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고객들이 고수익, 고위험을 선택하도록 한 것은 금융회사의 선관의무를 위반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녹인이 발생한 ELS에 투자한 한 고객은 "애초 상품가입 시점에는 고수익이 가능하다는 것만 강조했다. "시장이 안 좋은데 괜찮겠냐"는 질문에는 "더 이상 떨어지겠냐"며 안심하라고 말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단기 녹인 상품이 잇따라 발생하는 것은 업계의 지나친 상품개발 경쟁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미국발 금융위기 불안이 정점에 달했던 9월부터 최근까지 출시된 ELS와 ELF는 공모형만 226개에 달한다. 하루에 7개가 넘는 상품이 출시된 것이다.

또 손쉽게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보다는 고수익을 추구하는 상품들만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지난 9월 출시된 ELS 중 원금보장형과 원금비보장형 비중은 각각 18%, 82%로 원금비보장형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A자산운용사 한 대표이사는 “금융시장 불안으로 상품판매가 잘 안 되다 보니 업계 전체가 고수익이 가능한 주가연계파생상품만 출시하고 있다. 불안한 시장상황을 고려해 보다 안전하게 상품을 설계했어야 했는데 아쉽다"며 업계 전체의 자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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