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주택보증 "미분양 선별 매입하겠다"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2008.10.1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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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률·계약률 낮은 사업장은 지원 제외될 듯

"대한주택보증 자금이 풀리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금줄이 막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니 가능한 물량은 다 팔아서 당장 급한 불부터 꺼야죠." (A중견건설사 임원)

"건설사들 사정은 안됐지만 무조건 매입할 수는 없어요. 공정률과 계약률, 분양가 등 기준에 부합하는 사업장만 선별 매입할 계획입니다. 공공기능도 중요하지만 건설사들의 악성사업장을 모두 떠안을 수는 없습니다."(대한주택보증 관계자)



다음달 대한주택보증의 환매조건부 미분양아파트 매입 시행을 앞두고 건설사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분양 물량을 분양가의 70∼75%만 받고 넘겨야 하지만 한꺼번에 사업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주택보증은 다소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해 사업장을 선별할 계획이어서 미분양물량을 내놨다가 매입 대상에서 제외되는 건설사들의 실망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정률이나 계약률이 낮은 사업장은 주택보증에 매입 신청을 해봤자 탈락할 가능성이 크다.



◇주택보증 "미분양주택 선별 매입"=정부는 미분양대책의 일환으로 대한주택보증의 유보금 3조8000억원 가운데 2조원을 투입해 미분양아파트를 환매조건부로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미분양 사태가 심각한 만큼 1조원은 연내 활용하겠다는 핑크빛 계획도 내놨다. 건설사들의 기대감이 무르익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주택보증의 입장은 다르다. 공기업으로서 정부의 주택정책을 최대한 지원하겠지만 미분양을 무조건 매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공정률과 계약률이 각각 50% 이상인 사업장 가운데 단기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곳을 우선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 연내 1조원을 투입할지도 확정하지 못했다. 미분양 매입 신청 물량이 얼마나 될지, 이 가운데 내부 심사기준에 부합하는 사업장이 얼마나 될 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무리한 미분양 매입 사업으로 회사 재정이 부실해지면 주택보증 본연의 의무를 수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근 건설사 부도 등으로 분양보증 사고사업장이 늘고 있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대한주택보증 윤영균 노조위원장은 "분양시장이 불안한 만큼 보증사고에 대비해 유보금을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계획대로 사내 유보금을 미분양 매입 사업에 무조건 투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이어 "분양시장 침체가 장기화돼 미분양물량을 제때 환매하지 못하면 유보금이 '0'인 보증회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택보증 민영화 이르다" 의견도=전문가들은 분양시장이 불안한 만큼 정부의 2010년 대한주택보증 민영화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미분양 사태는 외환위기때보다 심각한 만큼 공공 보증기관의 역할이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건국대 고성수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내 경기가 극도로 불안한 가운데 주택보증을 민영화한다는 발표는 다소 이른감이 있다"며 "주택보증 민영화는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 등 정부 정책과도 배치한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미국의 금융위기는 공적 보증기관 민영화로 부실담보대출이 증가하면서 시작됐다"며 "선분양제하에서 공적 보증기관을 섣불리 민영화했다간 2∼3배 비싼 비용을 치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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