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300에선 펀드 자금 3조 이탈"

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 2008.10.1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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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런 우려하기엔 환매액 미미

국내 증시의 단기 반등으로 손실폭을 줄인 투자자들이 펀드 환매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그러나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지수대와 적립식투자 문화 정착 등을 고려하면 펀드런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2조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구제금융안에 힘입어 13일 미국 및 유럽증시는 11% 넘게 반등하며 사상 초유의 급등세를 나타냈다. 코스피지수도 이 여세를 몰아 1300선 안착을 시도중이다.



골이 깊었던 만큼 산도 높자 이를 기회 삼아 환매에 나서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우리투자증권은 14일 코스피 1300~1400선에서는 최대 3~4조원 가량의 펀드 자금이 이탈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코스피가 4년간 상승세를 나타냈던 2004년 이후와 주식형펀드가 급성장했던 2007년 이후로 나눠 국내주식형펀드의 매물대를 분석한 결과, 2004년 이후 코스피 1300~1400선에 전체 펀드 금액의 22.5%인 약 17조2000억원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연·강현철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 주식을 투자해 온 투자자 중 30~40% 내외가 주식을 판다고 가정하면 1300~1400대에서 약 5조1000억원이 유출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9, 10월 주식형펀드에서 유출된 약 1조1000억원이 이에 해당되며 앞으로 약 3~4조원이 추가 이탈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들은 그러나 2007년 하반기 이후 1800~1950선에서 49.3%(21조9000억원)의 자금이 몰렸지만 현재 코스피 지수대와는 거리가 있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적다고 덧붙였다.

이어 "적립식펀드 투자자들은 코스피가 추가 하락하면 매입평균단가를 낮추기 위해 저가 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적립식 투자 비중이 전체 주식형의 45%를 차지하고 장기 투자 문화가 자리잡는 추세여서 펀드런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무엇보다 주식형 환매율(환매액/펀드자산)은 9월 현재 국내주식형 2.5%, 해외주식형 3%로 소폭 상승중이나 미국 주식형펀드 1년 월평균 환매율 2.3%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국내외 증시 반등 국면에서 환매율은 높아질 수 있으나 신규 자금 유입 확대로 상당부분 상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증권은 △펀드 수익률 악화 원인이 국내가 아닌 해외 펀더멘털 변화여서 글로벌 시장 안정시 국내 시장이 상대적으로 반등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감과 △IMF 당시 낮은 가격에 환매해 더 큰 손실을 본 경험 △전체 주식형펀드 설정액의 3.5%인 3조원에 불과한 펀드담보대출 등으로 펀드런 우려가 낮다고 주장했다.

다만 "국내 증시가 향후 반등하게 되면 환매에 대한 압력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급락장을 계기로 펀드 시장이 한층 성숙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한국증권은 "국내 펀드시장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라며 "최근 5년간 급격한 성장세가 일시적으로 정체양상을 보이면서 투자주체별로 위험자산과 글로벌자산 배분의 균형성 회복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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