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왑스프레드 착시… '폭탄' 터지나

더벨 황은재 기자 2008.10.14 11:06
글자크기

은행채-IRS 스프레드 '대폭 확대'..손절매 가능성 ↑

이 기사는 10월14일(08:2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긴축'에서 '완화'로 돌아서면서 국고채와 이자율스왑(IRS) 간의 금리차(스왑스프레드)도 축소되고 있다. 스왑스프레드 확대에 따른 손절매물 증가, 금리 상승 우려도 한 풀 꺾였다.

그러나 은행채와 스왑금리간의 차는 날로 확대되고 있어 스왑시장발 채권시장 혼란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특히 유동성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증권사의 은행채 보유가 관심이다. IRS 시장에서는 증권사 등의 스왑스프레드 관련 손절매도 거래가 계속되고 있다.



◇ 3년 은행채-IRS 스프레드..230bp

13일 스왑시장에 따르면, 국고채와 IRS 금리간 스프레드(국고채-IRS)는 14bp(10일 기준)로 불과 보름만에 절반 정도로 줄었다. 통안증권 2년물과 IRS 2년물간의 스프레드도 20bp로 축소됐다.



스왑스프레드는 채권과 스왑시장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데 지표로 금융회사들은 채권을 사고, 고정금리를 지급 변동금리 수취인 IRS 페이 거래를 통해 스왑 포지션을 구축한다. 투자기관의 현금흐름은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와 '고정금리채 채권-IRS 금리'(스왑스프레드(-))이다.
img2.gifimg2.gif
(KIS채권평가, 단위 : %p)

고정금리채권과 IRS간의 금리차가 축소되면 투자자에게는 시가 평가상 이익이 발생하고 벌어지면 평가손이 된다. 국고채에 대해 9월말 전후로 설정한 포지션에서는 평가익이 나고 있다.

은행채나 회사채를 놓고 보면 전혀 사정이 다르다. AAA 등급 은행채-IRS 금리간의 차는 만기 3년물이 262bp로 올해초 120bp 대비 두 배 이상 확대됐고 전월대비 100bp 가량 상승했다.


2년만기 은행채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10일 현재 231bp로 급등하고 있다. 금융시장 경색으로 채권투자가 국고채 지표물 중심으로 쏠리면서 은행채나 회사채는 소외됐다. 은행채와 회사채의 스왑스프레드 확대는 신용스프레드 확대와 무관치 않다.

◇ 금융채, 증권사 보유 급증.."은행채 투자"

한국은행 자금순환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금융채 투자가 가장 많은 곳은 '증권기관'이다. 자산운용사 등 투자기관은 6370억원, 은행은 2062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증권기관은 2007년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총 11조8580억원의 금융채를 순매수했다.
img3.gifimg3.gif
(한국은행 자금순환표, 기관별 금융채 순매수 현황, 단위 : 10억원)

반면 증권기관들의 국채 순매수는 3조7630억원에 불과했다. 올해 상반기만 놓고 봐도 증권기관은 4조2049억원어치 금융채를 순매수했다.

자금순환표상 금융채에는 통안증권이 포함돼 있지만 지난해 이후 증권사의 은행채 매수가 크게 증가했다고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전했다. CMA와 RP 거래 등을 위해 은행채를 사고 IRS를 페이하는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9월말 증권사의 유동성 우려가 불거졌을 때 스왑시장에서 촉각을 곤두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자금 마련을 위해 은행채를 팔고, IRS 페이 부분을 언와인딩(IRS 리시브)하면서 9월 중순만 해도 147bp 수준이었던 3년 은행채 대비 IRS 스프레드는 9월말 200bp 대로 상승했다.

◇ 은행채 '폭탄'이냐, 젖은 도화선이냐

폭탄이 될 지 여부는 '은행채-스왑스프레드 손절 매물'의 강도와 규모이다. 스왑시장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스왑스프레드 포지션을 속속 정리하고 있다. 새롭게 스왑관련 포지션을 구축할 수 있지만 신용물에 대한 불안 심리가 더 큰 상황이다.

기업어음(CP) 거래는 뚝 끊겼고, 간간이 이뤄지던 은행이 매입보장을 약정한 A1 등급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마져도 거래가 안되는 형편이다. 한은의 단기 유동성 지원에도 신용물 시장으로는 온기가 전이되지 않고 있다. CP시장의 붕괴, 이에 따른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 은행권의 부실 자산 증가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9월말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증권사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CP 발행한도, 단기차입금 한도를 확대하고 증권금융으로부터 단기차입 여력 확대 등을 통해 시장 상황 악화에 대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이 은행채 등을 대거 매도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외국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이후 은행채 순증액이 35조원이고 대부분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서 투자했다"며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되는 국면에서 은행채 투자로 손실이 커졌고, 대규모 손절 매도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img1.gifimg1.gif
(KIS채권평가, 단위 : 10억원)

은행채 폭탄이 터지면서 IRS 금리는 하락하고 신용스프레드는 급등하는 신용경색 국면이 심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국고채 지표물은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젖은 도화선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손실은 커졌지만 손절매가 시작되면 시장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매도를 자제하는 '무언의 합의'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올해 스왑시장 불안으로 스왑스프레드가 확대된 이후 다시 축소되는 모습을 보여 '버티면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경험칙도 작용하고 있다고 시장참가자들은 밝혔다. 그러나 손실을 인내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