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 잘못 쓰면 펀드도 '깡통' 된다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2008.10.15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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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가가 폭락하자 이른바 '깡통계좌'가 속출하고 있다. 주식 직접투자를 위한 증권계좌 뿐 아니라 펀드도 자산가치가 담보대출가액을 하회, 강제 환매 위기에 처한 투자자가 부쩍 늘어났다.

펀드담보대출은 일종의 담보대출이기 때문에 신용대출로 분류되는 마이너스통장이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에 비해 대출이자가 낮다. 이 때문에 펀드를 보유한 투자자들이 이를 담보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긴급 자금을 융통하거나 재투자하기도 한다.



하지만 펀드담보대출은 주가 하락에 따른 담보가치 감소라는 리스크를 항상 안고 있을 뿐 아니라 특히 최근과 같이 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화를 자초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 펀드담보대출은 무엇?



펀드담보대출의 대출가용액은 금융회사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자산가치의 변동성이 낮은 채권형펀드의 경우 일반적으로 펀드 자산의 80% 내외, 주식형펀드는 50% 내외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출금리는 일반적인 담보대출과 마찬가지로 CD금리에 일정 부분의 가산금리가 더해진다. 펀드 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이기 때문에 마이너스통장이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등 신용대출에 비해 대출금리가 낮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대출금리는 주가 등락으로 인해 펀드 자산가치가 오르거나 떨어지더라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주가 상승으로 펀드자산가치가 높아진다고 해서 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거나 반대의 경우 대출금리가 높아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져 펀드의 자산가치가 대출가용액 아래로 떨어지면 문제가 발생한다. 일부 금융회사는 이 같은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기 전 경고를 주기도 한다. 대출 시점을 기준으로 자산가치가 15~20% 하락할 경우 대출금액의 일부를 상환하거나 펀드에 자금을 추가 납입하도록 해 강제 환매되는 사태를 사전에 방지한다는 것.

하지만 투자자가 일부 상환을 못하거나 주가 하락으로 펀드 자산가치가 크게 감소할 경우 강제 환매를 피하기 힘들다. 이 경우 판매사에서 펀드를 환매해 현금화 한 자산을 대출 상환에 투입하며 최악의 경우 펀드에 남은 자산으로 대출금을 전액 상환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통상 강제 환매 요건이 발생한 경우 일정 기간 투자자에게 유예 기간을 줘 펀드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적 기회를 주지만 이 기간 동안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펀드를 잃게 된다.

◇ 펀드담보대출 활용법 따로 있어

주가가 폭락하는 사이 투자자를 두 번 울리는 골칫거리로 전락한 펀드담보대출. 아예 이용하지 않는 것이 상책일까.

신용대출에 비해 금리가 낮은 만큼 펀드담보대출을 지혜롭게 활용하면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펀드담보대출을 활용하는 데 적합한 방법은 따로 있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장기 자금이나 소비성 지출에 활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단기적으로 사용한 후 곧 상환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활용해야 한다는 것.

강경률 SC제일은행 목동으뜸뱅킹센터 PB는 "유학 비용이나 주택 매입을 위한 자금을 포함해 장기적으로 필요한 자금이나 소비성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펀드담보대출을 활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일시적으로 사용한 후 단기간에 상환할 계획이 세워진 경우에 한해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펀드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해당 펀드나 다른 자산을 사들이는 투기적인 거래는 상당히 위험한 행위"라며 "펀드는 주가 변동성으로 인해 자산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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