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과 리카싱이 주식을 사 모으는 까닭

전병서 한화증권 리서치본부 전무 2008.10.28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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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창간 1주년 특별기고

버핏과 리카싱이 주식을 사 모으는 까닭


금융위기가 생기면 주가는 1년, 부동산은 2년, 경기는 3년 걸려야 회복된다. 금융위기의 해결수순을 보면 자금투입과 구제금융이 들어간 다음 부실자산 분리매각, 부실기업 국유화 및 정상화 과정을 거친다.

최근의 미국 금융위기 진전 상황을 보면 10년 전 한국의 그때와 다를 바 없다. 지금 미국은 구제금융과 자산분리매각 단계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경기의 바닥권은 빨라야 2009년 상반기이고, 문제가 된 미국의 부동산 경기도 2010년 정도는 되어야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모든 금융위기는 정부가 개입해 세금으로 금융쓰레기를 처리하고, 부도난 기업을 국유화 하면서 해결된다. 그래서 금융위기로 망한 나라는 없다. 사회주의가 자본주의 되고 자본주의가 사회주의 되는 것이 트렌드다. 중국이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있는 판국에 지금 미국이 주요 금융기관을 국유화 한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다. 유럽과 미국이 주요 금융기관의 국유화를 시작하고 있다

달러는 세계경제를 측정하는 계량기다. 저울이 왔다 갔다 하면 아무도 거래를 하지 않듯이 달러환율이 멋대로 움직이면 각국 경제 주체들의 불신의 골도 깊어진다. 환율안정을 위해 IMF가 다시 활동을 시작했고 달러 스왑과 부도위험에 허덕이는 미국의 국채를 각국이 공동으로 사 주는 방안이 구체화되고 있다. 금융기관간의 불신이 금융위기 해결의 걸림돌인데 그 문제가 풀릴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모두가 같은 방향을 보면 문제해결은 의외로 쉽다. 전 세계 중앙은행은 달러를 자산으로 가지고 있어 미국과 공동운명체다. 미국이 전 세계 중앙은행을 볼모로 잡고 동시 금리인하를 할 수 있었던 것과, 선진 20개국이 모여 정책공조를 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전 세계가 연일 유동성을 헬리콥터로 퍼붓고 있지만 돈이 돌지 않는다. 그러나 금융기관간의 자금융통이 시작되면 사상 유례없이 퍼 넣은 엄청난 유동성이 다시 활개를 치며 돌아다닐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공포로 과도하게 매도했던 자산들의 제 값 찾기가 2009년에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폭락장에서 손이 쉽게 나갈 수는 없지만 사상최저치의 평가를 받고 있는 블루칩은 보유하고 때를 기다려야 한다. 폭풍이 지나가면 살아남은 자의 대박은 불 보듯 명백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IT업체가 구조조정이니 감원이니 하는데 한국의 삼성전자는 오히려 설비투자를 늘리고 있다.


금융위기가 나서 한국경제가 아수라장이 되었을 때를 돌아보자. 금융위기의 한복판에서 정부는 정책수단을 폭격하듯 들어부었지만 겁먹은 투자심리는 청색신호가 들어와도 돌다리를 두드려 보기만 한다. 여의도에 '수박 한 통' 보다 싼 주식이 널려 있을 때가 한국 금융위기의 한복판이었다. 미국 GM의 주가가 지금 담배 한갑 보다 싼 수준이 되었다.

IMF구제금융이 지원되기 직전 환율이 달러당 1900원대로 폭등했을 때 미국의 아팔루사 같은 헤지펀드들이 등장했다. 폭락한 한국 증시에서 블루칩을 9.9%까지 사들여 환차익과 시세차익을 동시에 누렸다. 지금 피바다가 된 월가에서 주식투자의 신이라는 워런버핏이, 아시아에서는 홍콩의 최대갑부 리카싱이 주식을 사고 있다.



전 세계에서 이번 금융위기에 큰 상처가 없는 곳이 일본과 중국이다. 미국이 버린 기업을 M&A하고 부도위기에 몰린 미국 국채를 사주겠다는 나라들이다. 이번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의 금융강국으로 일어설 일본과 중국시장을 다시 주목해야 한다. 위기가 끝나면 상대적으로 충격이 적었던 곳의 회복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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