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로 경제부처 개편 요구도 '봇물'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8.10.1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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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경제부총리 부활론' 탄력, 靑·政은 '반대'...·재정위-금융위 기능개편론도

"국내 금융과 국제 금융이 합쳐져 있으면 국내 금융만 우선시하다 국제 금융을 등한시할 수 있다. 외환위기 때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이명박 정부의 조직개편 작업에 관여했던 곽승준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위원이 지난 1월18일 인수위 브리핑에서 한 말이다. 금융정책 기능을 두 개의 경제부처로 쪼개는데 대한 배경 설명이었다.



곽 위원은 당시 '금융산업의 선진화'와 함께 금융위기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금융정책의 이원화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폈다. 결국 새 정부에서 금융정책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나눠 맡게 됐다.

옛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의 기능을 이관받은 금융위가 '국내' 금융을 담당하고 재정부는 환율 등 '국제' 금융 분야를 맡는 이원화 방식이었다. 옛 재경부 장관이 겸하던 경제부총리제도 함께 폐지됐다.



그로부터 9개월여가 흘러 환란에 버금가는 금융위기를 맞은 지금, 경제부처의 기능 개편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경제사령탑이 보이지 않는다', '국내 금융과 국제 금융이 분리돼 있어 미국발 금융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

대표적인 예가 환율 상승으로 중소기업들의 연쇄부도 위기를 몰고 온 키코(KIKO) 사태다. 환율을 담당하는 재정부와 국내 금융을 맡은 금융위의 '소통 부족'으로 적기에 대책이 마련되지 못했고 결국 실물경제로 전이될 수 있는 위기를 방조했다는 비판이 많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외화유동성 부족 사태도 대책이 나오기까지 부처간 적지 않은 혼선을 겪었다. 국제 금융과 국내 금융의 경계가 흐릿한 개방경제에서 재정부와 금융위의 역할 분담이 도리어 '독'으로 작용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외환위기' 사례를 반면교사 삼았다던 새 정부의 경제부처 조직개편론이 정작 '위기' 국면에 큰 구멍을 노출한 셈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정부조직법을 다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배경엔 이런 사정이 작용하고 있다. 여야 불문하고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인 경제부총리를 부활하고 국내외로 분리돼 있는 금융정책 기능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봇물처럼 내놓는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경제부총리를 조속히 부활해 책임과 권한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부처 개편에 대해서도 "국내 금융과 국제 금융이 분리돼 있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필요성을 인정했다.

같은 당 나성린 의원도 "경제부총리를 부활하고 금융정책 기능을 합쳐 위기 국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공조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정책 이원화 시스템엔 문제가 많다(김성식 한나라당 의원)" "국내·국제 금융정책의 분리로 위기 대처를 제대로 못한 만큼 재정부안에 국내금융 파트를 강화해야 한다"(이광재 민주당 의원)는 지적도 같은 논리다.

한 경제통 의원은 "금융정책을 두 부처로 나눈 정부조직 개편은 언제, 어디서 찾아올 지 모르는 금융위기 국면에선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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