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 여파' 내년 美 재정적자, 2조달러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8.10.13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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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12.5% 수준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불과 2주 전 미국의 내년 재정적자 규모를 1조5000억달러로 추산했던 예산 전문가들은 이미 재정적자 규모를 2조달러선으로 늘려 잡았다.

이 같은 적자 규모의 급증은 금융시장 상황이 연일 악화되면서 정부의 공적 자금 투입 규모가 당초 예상을 크게 뛰어넘고 있기 때문.



AIG와 패니매-프레디맥에는 이미 예상 이상의 연방정부 돈이 들어갔다. 연방정부는 파산설이 나돌고 있는 주정부의 재정 지원에도 나서야 한다. 연방 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기업들의 단기자금 마련을 위해 기업어음(CP) 직접 매입 의사를 밝혔다. CP매입에도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지난주 우여곡절 끝에 의회 표결을 통과한 구제금융법안의 지출 규모가 7000억달러를 크게 상회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미 상하원 예산위원회 애널리스트 출신인 스탠 콜렌더는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연방정부)은 필요하기만 하면 언제든 추가 (재정) 지출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콜렌더는 이어 "지금이 (추가 지출이) 필요한 때"라며 재정 악화에 부정적 상황만이 가득하다고 강조했다.

모간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 데이빗 그린로는 내년 미 정부의 재정 적자가 2조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2.5% 수준이다. 1983년 미국의 재정 적자는 GDP의 6%선이었다.

그린로는 재정 적자가 확대되면 국채 발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국채 가치가 현저히 하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의 공적 자금 요구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850억달러의 공적 자금이 투입됐던 AIG는 지난주 다시 뉴욕 연은으로부터 378억달러를 추가 지원받는다고 밝혔다. 결국 AIG 한 곳에만 1100억달러 이상의 연방 정부 돈이 투입됐다.

지난달 7일 국유화된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실적 악화를 기록했다. 공적 자금이 투입된 기관들의 자산 가치가 계속 하락할 경우, 이들을 도산 위기에서 구하기 위한 정부의 자금 투입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



캘리포니아, 앨라배마, 매사추세츠 주정부는 역내 유동성 공급을 위해 연방 정부로부터 돈을 빌리길 원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학교, 보건 등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해선 70억달러의 지방채 발행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2조6600억달러 규모의 미 지방채 시장은 사실상 동결된 상태다.

이와 관련, 200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현 콜롬비아대 교수인 에드먼드 펠프스는 은행의 자본 재구성이 필요하지만 정부에겐 요구에 부응할만한 충분한 자금 여유가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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