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보다 싼기업 많다" vs "최악 아니다"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10.1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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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역사가 폭락장 투자자들에게 주는 교훈

-지난주 다우 18% 사상최대 폭락..대공황 분위기
-버블 꺼지면 갈때까지 간다..최악은 S&P 400까지도 가능
-펀더멘털보다 심리적 공황에 따른 폭락은 공감대


지난주 다우지수가 18% 폭락하며 대공황 때도 없었던 기록을 갈아치우자 대공황 분위기가 증시를 지배할 조짐이다. 급기야 월스트리트저널은 대공황 당시의 시장상황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그러면서 전문가 견해를 인용해 더 하락할 수도 있다고 했다. 더불어 지금의 하락은 펀더멘털보다는 심리적 공황이 주도한 측면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대공황 때 어땠나
1932년7월9일 다우지수는 41.63으로 마감했다. 3년전 고점대비 91% 하락한 수준. 이날 거래량은 23만500주였다. 그해 최고 인기곡은 "형제들이여, 한푼이라도 아껴라"였다. 코미디언 에디 캔터는 당시 "노년을 위해 주식을 샀는데, 이 효과는 대단했다. 일주일 후 나는 노인이 되었다"고 풍자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두려움이라는 심리가 지배했다. 산업생산은 3년전에 비해 52% 줄었고, 기업이익은 49% 감소했다. 캔터는 "많는 기업들이 전례없이 호황을 누렸다. (주가가 하락할 때 쓰이는) 빨간 잉크를 봐라. 누가 이를 사용하지 않는가"라고 조롱을 퍼부었다.



은행들은 난리였다. 돈이 없었다. 예금자들은 손실을 입을까 노심초사했다. 수표는 전혀 통용되지 못했다. 모든 거래는 현금으로 가능했다.

8일전인 7월1일 워런버핏의 스승으로 불리는 벤자민 그레이엄은 "돈이 많지만 주가가 급락하고 있는 기업들은 청산되어야만 하는가"라는 유명한 저술을 내놓았다. 여기서 그레이엄은 미국의 많은 대기업들이 살아남기보다 죽어야할 가치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레이엄은 당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12개 기업중 1개 이상 기업의 주가는 기업이 보유한 현금과 매각 가능한 유가증권보다 낮은 시가총액을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들이 대기업에 대출을 해주지 않고 있지만 영업을 하는 기업들은 현금이 많다. 너무 풍부해 돈이 많은 투자자라면 회사를 인수해 보유한 현금으로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고, 나머지 기업은 공짜로 얻을 수 있다"고 감탄했다.


그레이엄은 결론적으로 "주식은 버블이 꺼지면 얼토당토 않는 수준까지 하락한다. 지금 이를 보여준다"고 간파했다.

◇대공황으로 갈까. 최악의 시나리오는
지금 투자자들은 그렇다면 과연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로 증시가 1932년처럼 망가질 것인지를 두려워한다. 기업이익, 경제상황, 중앙은행의 대응 등을 감안할 때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그러나 100% 확신은 어렵다. 버블이 꺼진 증시는 시쳇말로 갈때까지 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예일대의 로버트 실러 교수가 '그레이엄 P/E(PER, 주가수익비율)'라는 지표를 이용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이 지표는 그레이엄이 최초 고안한 것으로, 주요 기업 주가를 과거 10년간의 평균으로 나눠 계산한다. 여기에 물가변동을 반영했다. 지난주 폭락 이후 S&P500지수의 그레이엄 P/E는 15배로 낮아졌다. 9월말에서 25%나 낮아졌다. 이는 1989년1월이후 최저다. 1881년 이후 역사적 평균치는 16.3배다.

추세를 잃은 증시는 바닥을 확인할 때까지 내려간다. 아무도 예상못한 수준까지 밀리기도 한다. 1982년 7월과 8월 이 지표는 6.6배까지 추락했다. 2차 대전 이후 오랜기간 10배를 밑돌기도 했다. 1977년에서 1984년까지 그랬다.

지금 S&P500의 그레이엄 P/E가 10 이하로 가려면 지수가 30% 더 하락해야한다. 다우지수는 6000 아래로 갈 수 있다. 1982년 수준까지 가려면 S&P500이 50% 더 하락해 400까지, 다우지수는 4000까지 가야한다.



실현가능할까. 실러 교수는 "가능성이 있다(serious possibility).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런 상황을 실제로 예측하지는 않고, 다만 펀더멘털과 불확실성을 연구하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단지 직관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실러 교수는 기인이 아니다. 2000년 출간된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책에서 그는 인터넷 버블을 정확하게 예측했고 2005년 개정판에서는 주거용부동산시장의 과열을 주장했다.

◇실물보다는 심리가 지배한 폭락
월스트리트저널은 미래는 불확실한 영역에 있지만 지난주 폭락으로 지금 증시는 대공황 때와 닮았다고 파악했다. S&P 컴퓨스타트 리서치 서비스가 추적하는 9194개의 주식중 3518개가 작년 실적 대비 8배 이하의 PER에서 거래되고 있다. 역사적 평균치는 16배다.

10개중 1개 기업, 즉 876개 기업은 보유한 현금보다 시가총액이 낮다. 이는 1932년 그레이엄이 조사할 때보다 많은 비율이다. 단적으로 찰스 슈왑은 278억달러의 현금이 있지만 시가총액은 210억달러다. 미래에 대한 신뢰가 깨졌음을 보여준다.



대공황 전문가인 럿거스대의 유진 화이트 교수는 "그때와 지금 유일하게 닮은 것은 시장이 사실과 달리 공포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화이트 교수는 "그때와 달리 정부가 현명하게 결정을 내리고있다.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레이엄은 대공황 바닥때 썼다. "십중팔구 증시가 틀렸다. 미래를 예측하는데 증시(다수의 투자자들은) 틀리기를 반복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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