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은 다르다" 역사의 쓴 교훈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10.1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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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지나친 투매와 폭락..좋은 가치투자 기회

투자의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말중 하나가 '이번은 다르다'는 것이다. 1999년 미국 기술주 기업들은 수익이나 매출도 없이 수십억달러의 시가총액을 누렸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번은 다르다'고 스스로 다독거리며 기술주 매수에 나섰다. 화려한 기술주 급등이 부담스럽지만 뛰어난 미래성장가치가 반영된 것이라며 이번은 다르다고 스스로 최면을 건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미사여구로 투자자들의 매수를, 버블을 부추겼다.

그들은 결과적으로 틀렸다. 2000, 2001년 기술주는 폭락했다. 수십억달러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지금은 어떤까. 뉴욕타임스는 투자자들이 반대 방향으로 '이번은 다르다'는 확신을 강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심없이 이번 신용위기에 따라 전세계 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에 빠져들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공포가 하루가 다르게 부풀어지며 10년전 기술주 탐욕보다 강도가 세졌다고 파악했다.

신문은 지금의 패닉(공포)은 대공황 이후 60년의 역사를 무시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대공황을 거치며 미국 정부의 시장 개입은 매우 공격적으로 진행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번 위기에는 더 강하고 빠른 대응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뿐 아니라 유럽, G7 G20 등 국제공조도 유례없이 신속하게 이뤄졌다.



정부의 개입은 대부분 성공했다. 단적으로 2차 대전 이후 침체는 절대 극복이 쉽지 않았지만 대공황보다 훨씬 고통스럽지 않았다.

지난주 다우지수는 1896년 지수산출 이후 최대의 주간 폭락을 과시했다. 공포에 따른 투매 탓이다. 비관론자들이 시장을 장악했고, 낙관론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부 베테랑투자자들은 그러나 지난주 투매는 너무 심했고 이에따른 주가 하락이 너무 심했다는 인식이 형성되면 주가는 강력하게 반등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오랜기간 뮤추얼펀드의 놀라운 성적을 보여준 CGM포커스 펀드의 케네스 히브너. 여러 뮤추얼펀드에 100억달러를 운용하는 그는 "놀라운 바겐세일이 펼쳐지고 있다"고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단적으로 7월 63달러이던 체사피케 주식이 지금 11.9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고 했다.


히브너는 "위험을 소화할 수 있고 역사적인 안목이 있다면 워런 버핏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버핏은 골드만삭스와 GE에 80억달러를 투자했다. 히브너는 "세계 경제는 내년 위축될 수 있지만 시장의 조정은 이성적인 분석과 판단을 넘어섰다"며 "패닉과 헤지펀드의 마진콜 같은 일시적인 요인에 의해 지나치게 하락했다"고 강조했다.

히브너의 펀드는 올해 42% 폭락했지만 작년까지 10년간 그의 성적은 연평균 26%에 달했다.



노스웨스턴대의 데이비드 스토웰 교수 역시 긍정적인 생각이다. 스토웰은 "몇달이 아니라 몇년이 지나면 지금이 매우 싼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하게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미국 주식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싸지 않았다. 그러나 9, 10월 폭락 이후 달라졌다. 노키아 엑슨모빌 보잉은 주가수익비율(PER)이 9배를 넘지 않는다. 일부 주식은 5배가 안된다. 이는 역사적 저점이다. S&P500지수는 내년 수익대비 13배다. 이는 10년래 최저다. 2000년 기술주 버블때는 30배였다. 당시 국채수익률은 6%, 지금은 4%다.

지나친 위험 회피로 채권 가격이 급등한 반면 주가는 폭락한 것이다. 후버 인스티튜션의 스티븐 하버 경제역사학자는 "적절하고 현명한 정책이 있고, 정부가 재빠르게 움직인다면 대공황 처럼 가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사람들은 대공황을 너무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인식은 소수다. 씨티그룹의 미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위팅은 "요즘같은 위험 회피를 본적이 없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경계를 허물었다"고 말했다. 그 정도로 상당기간 금융시장 위험이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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