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의 2차폭발..세계의 부 20% 날려보내

박문환(샤프슈터)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 2008.10.1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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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슈터의 증시 제대로 읽기]<6>스마트 폭탄<1>

편집자주 샤프슈터.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문환(43) 팀장의 필명입니다. 주식시장의 맥을 정확히 짚고, 가급적 손해보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그의 투자 원칙과 성과에 따라 붙여진 필명이지요. 한국경제TV(와우TV)에서 10여년 동안 출연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유익한 투자정보를 제공했던 샤프슈터 박문환 팀장이 오늘(9월1일)부터 매주 월요일 개장전에 머니투데이 독자를 찾아갑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뜨거운 환영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리먼의 2차폭발..세계의 부 20% 날려보내


지난 주 세계 MSCI 지수는 22% 폭락했다. 미국 다우지수가 18%나 하락했다면 세계 부의 1/5이 한 주간에 날라간 것이다.

이번 주에 사라진 금융자산만 전 세계적으로 4조 달러이다. 올해 전체 25조 달러의 금융자산이 허공으로 사라졌다면 지난주에만 올해에 겪었던 고통의 1/6이 집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금융자산만 폭락한 것이 아니다. 금융자산의 발달 이전에 화폐의 노릇을 하기도 했었던 국제 구리 값도 한 주간에만 22%의 폭락을 경험했다.

리먼의 폭발력은 잔혹한 네이팜탄보다 더 흉포했다. AIG 도 살리고 베어스턴스도 살렸지만 리먼을 희생양으로 선택한 것은 그만큼 폭발력이 강했기 때문일 것이다.



리먼의 청산 시기에 CDS 프리미엄은 850~900정도였다. 즉 시장이 판단하는 리먼의 부도 위험은 다른 금융회사에 비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미국은 리만을 분해시켰다. 리먼의 부도 당시 AIG의 CDS 프리미엄은 그보다 훨씬 높은 2000BP를 넘었었다.

4000BP를 넘어서는 곳도 아직 멀쩡하게 살아 있는데 굳이 리먼을 선택한 것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광범위한 지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그 만의 특성 때문이 아니었을까?


지난 주 리먼의 2차 폭발이 있었다. 바로 CDS에 대한 재평가였다.

CDS(Credit Default Swap)는 상당히 복잡한 물건이다. 미래의 부도 확률을 돈을 내고 거래를 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CDS는 정확한 가치의 산정조차 할 수도 없었다. 이유는 너무 복잡하게 연계가 된 파생시장의 특성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리만이 채권을 발행했다면 리먼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총 위험(Total risk)에 대한 산정이 사실 상 거의 불가능하다. 이 회사가 지금까지 어떤 투자자산에 투자를 했다면 그 투자자산의 부도위험이 또한 총 위험에 산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의 대상도 어떤 투자를 했다면 또한 그 투자자산에 대한 위험도 고려되어야만 한다. 이렇게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구조 때문에 사실상 총 위험을 수치로 정확하게 나타내줄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마치 과거 1938년 존 버 윌리엄에 의해 TVM(Time value of Monet)이라는 것이 발견되기 이전의 주가에 대한 밸류에이션은 단지 Judgement였던 것처럼 그저 CDS도 애널리스트의 직관력과 통찰력에 의지해서 거래를 했을 뿐이다.

하긴 지금도 딱히 위험에 대하여 정확하게 산정할 수 있는 기준은 없다. 그래서 국제스왑파생상품협회(ISDA)에서 리먼 브러더스의 청산경매를 실시했었고 결과 리먼의 선순위 채권에 대한 청산가치를 1 달러당 8.625센트로 결정했다

이렇게 되면 리먼 브라더스사가 파산함으로서 리먼이 발행한 채권의 CDS를 매도한 금융기관들은 보험료(회수불능 부분에 대한 정산금액)을 지불해야만 한다. ISDA에 의해서 가치가 확정된 리먼의 CDS 규모는 모두 4000억달러였다.

리먼의 부도 가능성에 대한 보험거래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제 희비가 엇갈리게 된다. 다행히도 채권을 구매하면서 CDS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산 사람은 이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된다. 하지만 CDS를 발행한 사람, 즉 보험을 판 사람은 돈을 물어 줘야만 한다.

그렇다면 CDS 정산금액은 이에 대한 91.4%가 되고 3600억달러에 달하게 된다. 이미 프리미엄으로 취한 액수를 빼도 2700억달러는 족히 물어내야만 하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의 매머드급 악재들을 모두 이겨낸 증시가 겨우 2700억달러에 그렇게까지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 시장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GE가 구제금융이 필요하고 미국의 상징이던 GM이 B-까지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주자로 볼 수 있는 이들의 사정이 이러니 작은 회사들의 고통은 어련할까?

유로지역도 온통 문제 투성이다. 지금까지 달러화 위기로부터 별로 노출이 작았던 선진국들이 더 큰 위험에 빠졌다는 것이 다소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특히 최근에 자주 언론을 통해서 거론되는 아이슬란드는 북유럽의 전통적인 강자였다. 국민 일인당 GDP가 6만 달러에 달하고 땅을 파면 온수가 넘쳐나서 그 온수로 발전을 하고 다운타운에 직접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되어 자연산 온수를 그대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자연친화적인 선진국이다.

이런 나라가 지난 해 말부터 일찌감치 CDS 프리미엄이 치솟기 시작했는데 이들의 위기는 다름 아닌 달러화경색이었다.

역시 리먼의 힘이 상당히 크게 작용을 했다.

리먼은 채권전문회사이며 채권은 유동성 문제가 있어서 개인들은 거의 투자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채권은 발행 당시에만 사고 팔기가 수월하다. 이후에는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 환금성이 크게 부족하다. 게다가 각종 옵션이 부여된 채권의 정확한 실질가치에 대해 투자자가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모호하다. 하지만 장기적인 현금흐름의 균형이 중시되는 기관투자자들, 그것도 금융기관들이 주로 투자를 하기 때문에 리먼의 부도는 주로 금융기관에게만 즉각 효력을 발생시킨다.

마치 이라크 전쟁에서 선보였던 스마트 폭탄처럼 개인보다는 금융회사에만 정확하게 유도된 폭탄이었던 것이다.

금융회사들의 대부분은 대차균형전략으로 상당한 부채와 자산을 안고 있다. 자기 자본 비중이 대부분 작다.

이 부분이 잘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순수 자기자본에 부채를 더한 것을 우리는 자산이라고 한다.

그런데 자산과 부채에 일정한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면 채권가격이 올라가면 채권 보유계정에서는 이익이 나겠지만 부채계정에서는 오히려 손실이 나서 채권의 가치 변동 리스크로부터 안전하게 자산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

금융회사들은 어느 시기부터인가 경쟁적으로 마치 복어처럼 자산과 부채를 동시에 늘리기 시작을 했으며 이러한 독특한 구조는 마치 유리그릇처럼 작은 충격에도 금융회사들은 심각한 자본잠식의 위기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런 상황에서 리먼 이라고 하는 정밀 유도폭탄은 전 세계 금융회사들의 자산부채의 밸런스에 정확한 일격을 날리게 되었고 이후 상당한 불균형을 초래하게 만들었다.

불균형은 즉각 자본잠식에 빠질 우려감을 높이게 되어 세상의 모든 은행들은 유동성 문제에 빠지게 되었고 이는 가격 불문 달러화 사재기의 단초가 되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세계의 은행들이나 국가별 CDS 프리미엄을 한 번 살펴보라. 정확하게 리먼 브라더스의 부도로부터 CDS가 급등하고 있음이 관찰될 것이다.

즉, 리먼은 정밀하게 유도된 폭탄이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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