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등하던 환율, 갑자기 폭락한 이유는

더벨 이승우 기자 2008.10.1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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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개입·기업 달러매도·투신 달러매수 완화 '3박자' 맞아

이 기사는 10월10일(17:0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폭등만 거듭하던 환율이 10일 폭락으로 돌변한 것은 외환당국의 고강도 개입과 대기업들의 달러 팔자, 투신사 해외펀드 관련 달러 매수 완화라는 삼박자가 딱 들어맞았던 결과다.

여기에다 급등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심리도 크게 작용했다.



'MB 효과'..대기업 달러 매도 잇따라

폭등하던 환율, 갑자기 폭락한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재향군인회 오찬 간담회에서 "달러를 사재기하는 기업이 있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기업들을 비판했다. 기업들에게 달러 풀기를 주문한 것.



이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대통령의 발언이튿날인 9일 삼성전자는 상당한 규모의 달러를 서울 외환시장에 팔았다. 10일에는 현대자동차와 포스코가 동참했다. 포스코와 현대자동차는 이날 각각 1억달러를 외환시장에 내놓았다.

환율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로 달러 팔기를 주저했던 기업들이 대통령의 압박에 화답(?)한 셈이다. 달러를 파는 세력이 없어 환율 폭등세가 잠재워지지 않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의 달러는 가뭄의 단비가 돼주었다.

더불어 국민연금공단이 연내 100억달러에 달하는 외자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혀 외화 수급 개선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졌다. 국민연금은 이미 80억달러 외자 유치에 대한 협약을 마무리했다.


당국 전방위 압박

외환당국과 금융감독당국이 외환시장에 동시 압박을 가했다.

외환당국은 전날에 이어 상당한 규모의 달러 매도 개입을 단행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감독당국이 외국환 업무를 취급하는 국내은행과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에 고객별 외환거래 내역을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달러 물량으로 실제 환율에 대한 개입과 더불어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심리 위축 작전을 동시에 한 것이다.

외국계 은행 딜러는 "외환당국과 감독당국이 같은 날 여러 방식으로 시장을 죄였다"며 "상당히 심리가 위축됐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환율 폭등의 주범으로 지목된 해외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의 달러 매수세가 자취를 감추면서 이에 대한 감독당국의 조치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시장 자율 조정

또 하나 환율 낙폭이 커진 이유는 시장 스스로 조정에 대한필요성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딜러는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의 영향이 있기도 하지만 최근 원화 약세가 상당히 과도했다"면서 "급격한 조정에 대한 두려움이 한순간에 폭발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원화는 하루에 5% 이상 절하되는 등 1% 수준에 머물렀던 아시아 다른 통화들과 비교해 절하율이 높았다.

또 환율 수준을 과도하게 끌어 올린 주범으로 지목됐던 투신사들이 자취를 감추면서 환율 조정의 수급 여건이 형성됐다.

재정부 관계자는 "거래가 많지 않아 장이 얇은 상황에서 투신권 달러 매수세가 줄어들면서 환율 하락의 큰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개입과 기업 물량, 조정에 대한 시장 심리 등이 딱 맞아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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