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석 판사 "여론부담 불구, 법리 따랐을 뿐"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08.10.1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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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공판, 여론 vs 공로 사이 고민..재계 "이제 경제살리기 매진토록 끝낼 때"

"사회적 관심인 삼성사건 재판을 맡으면서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사회적 비난과, 삼성이 그동안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감안해야 한다는 여론 등이 양분됐다.

양쪽 모두가 나라가 잘되기를 바라며 걱정하는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깊은 관심에 여론의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으나, 결국 법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서울고법 형사 417호 법정. 10일 오후 2시 삼성사건 선고공판 시간을 10분 가량 넘겨 재판정에 나온 서기석 재판장(부장판사)은 이건희 전 삼성회장 등에 대한 선고 주문에 앞서 이번 판결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서 부장판사는 한쪽의 비난여론과 다른 한쪽의 '사회적 기여를 감안해달라'는 여론의 갈림길에서 결국 '법의 길'을 택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



조세포탈 부분의 경우 이 전 회장에 대해서는 1심 판결 유지를,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과 김인주 삼성전자 상담역에 대해서는 1심판결에서의 벌금을 사회봉사명령으로 대신했다. 서 재판장은 법리를 따라 내린 주문을 약 40분간 읽은 후 선고공판을 끝냈다.

재계는 판결이 법정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은 데 안도하면서도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세계적인 위기상황에 경제계가 더 이상 경영외적인 문제로 발목이 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이승철 전경련 전무는 "현 경제 상황은 지난 IMF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며 "우리나라 여건은 그나마 괜찮은데 미국과 유럽 등이 위기로 몰리면서 이를 돌파하기 위해 경제계가 힘을 모아야 할 때 삼성이 주춤거리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전무는 "특검이 할 만큼 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대법원에 상고의 의지를 가지고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기업들이 경제 회생을 위해 힘을 보탤 수 있도록 여기서 끝내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 측도 이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2심 집행유예판결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재판부에서 법리적 문제 등을 충분히 검토해 내린 결과로 본다"는 내용의 논평을 내고 기업이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가경제가 매우 안 좋고 기업의욕도 많이 약화된 만큼 삼성문제가 더 이상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하는 일이 없이 잘 매듭지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선고공판이 끝난 후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이번 판결이 잘됐다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잘되고 안되고 라고 말할 게 있으냐"며 "앞으로가 걱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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