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중소기업의 눈물과 한숨

머니투데이 김경미 MTN 기자 2008.10.1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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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들이 급등하는 환율에 눈물짓고 있습니다. 금융 상품 '키코'에 가입했던 400 여 중소기업들은 환율 급등으로 2조원 이상의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정부는 뒤늦게 지원책을 약속하고 있지만, '언발에 오줌누기' 격 입니다.

심층리포트, 오늘은 중소기업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 <키코 사태>에 대해 김경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장비를 수출하는 경기도 A업체, 환율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은행에서 권유하는 키코 상품에 가입했다가 큰 손실을 봤습니다.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이 회사는 환율이 올라 매출 자체는 늘었지만, 키코로 인한 손실때문에 순이익은 큰 폭 감소했습니다.

이 회사는 키코로 손해를 본 130 여 기업들과 함께 신한, 외환, 시티, SC제일은행 등을 대상으로 계약무효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뷰)A 기업 사장
“은행들은 환율이 이렇게 급상승함으로 인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설명은 없었죠.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은행을 믿고 키코에 가입했는데...”


구로디지털단지에 위치한 B 의류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1월에 가입한 키코상품 피해로 직원의 절반 이상을 해고했습니다. 재무담당 이사는 책임을 지고 지난달 사표를 냈습니다.

키코란, 'Knock-In, Knock-Out'의 약자입니다. 기업과 은행이 미리 환율의 상-하한선을 정해 놓고, 그 범위 안에서 지정된 환율로 외화를 거래하는 금융상품입니다.

B업체의 경우 환율 상한선인 Knock-In 가격을 990원, 환율 하한선인 Knock-Out 가격을 900원으로 계약했습니다. 약정 환율은 950원이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로 떨어져도 은행에 1달러를 950원에 팔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것입니다.

문제는 환율이 폭등하며 발생했습니다. 환율이 990원 이상으로 오르면 B업체는 현재의 환율과 약정환율 차액의 두 배를 은행에 지불해야 합니다.

10일 현재 환율을 1400원으로 잡았을 때 약정환율 950원과의 차액은 450원. B업체가 달러를 매도 할 경우 달러당 900원씩을 은행에 물어줘야 합니다.

은행은 키코를 '수수료가 저렴한 제로코스트 상품', 즉 기업의 비용부담이 없는 안전한 상품으로 홍보했으나, 환율폭등에 대한 위험성은 제대로 경고하지 않았습니다.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말 현재, 키코로 손실을 본 중소기업은 471개에, 총손실액은 무려 1조 2846억원입니다.

키코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가 대책마련에 나섰습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은 9일 "키코 거래 상장기업이 손실로 상장폐지되는 것에 대해 구제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소기업청 홍석우 청장도 같은 날 "키코로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에 대해 대출금 만기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뒷북 대책에 기업들은 냉소적입니다.

(인터뷰)김태환 중소기업중앙회 국제통상부장
"은행도 유동성 확보를 해야하는 입장인데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것은 어려워보이구요... "

정부와 금융권은 들으나마나한 원론적 얘기만 십여일째 반복할 것이 아니라 하루속히 실질적 효과를 줄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없을 것입니다.

MTN 김경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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