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회장, "법에 대해 모르지만…"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8.10.1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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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사건' 항소심 집유…경영권 불법승계 '무죄'

10일 오후 3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법정을 나서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얼굴은 밝았다.

수십 명의 취재진이 따라붙는 통에 자꾸 지체됐지만 좌우로 흔들리는 특유의 걸음도 가벼워 보였다. 이 전 회장은 "판결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법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1시간여 전 법원에 도착한 이 전 회장은 자못 긴장한 표정이었다. 1심 집행유예 판결이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상황. 이 전 회장은 선고를 앞둔 심경에 대해 "여러분들이 고생이 많으셨다"는 답변을 남긴 채 법정에 들어섰다. 입술이 굳게 닫혔다.



예정된 시간을 조금 넘긴 오후 2시3분쯤 재판부가 입장했다. 서기석 부장판사는 이번 선고에 몰린 이목을 의식한 듯 이 전 회장 등 핵심 임원 8명과 별도로 미지급 보험금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된 황태선 전 삼성화재 대표이사에 대한 선고를 먼저 내렸다.

이어 이 전 회장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자 서 부장판사는 장문의 판결문을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삼성의 국가 기여도, 이 전 회장의 건강상태를 언급하며 무죄를 암시하는 부분에 이르자 법정이 술렁였다. 일부 취재진은 무죄를 직감하고 긴급 뉴스를 타전하기 시작했다.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 1심에서 면소 판결을 받았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발행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징역 2년에 6개월 집행유예 5년, 사회봉사 320시간, 김인주 전 사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사회봉사 320시간으로 역시 1심보다 가벼운 형량을 받았다.

선고가 끝나자 법정은 환호하는 방청객과 한숨을 내쉬는 방청객, 판결 내용을 재확인하는 취재진으로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법원 경위가 "관계자를 제외하곤 모두 퇴실해 달라"고 나선 뒤에야 소란은 잦아들었다.


이 전 회장은 그때까지도 입을 굳게 다문 채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담담한, 그러나 환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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