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개미투자자… "환매냐, 관망이냐"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2008.10.1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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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진모씨(30·남)는 최근 펀드수익률을 확인하고 큰 실망감에 빠졌다. 진씨는 코스피지수가 2000을 향해 한창 오르던 2007년 1월부터 매월 꼬박꼬박 110만원어치를 4개 적립식펀드에 분산투자했다. 거치식에도 500만원을 넣었다. 2년새 적립식 수익률은 -21%로 떨어져 300만원의 손실을 냈고 거치식으로는 200만원을 잃었다.

지난 수개월간 하향세를 타던 증시가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이되면서 1200대까지 곤두박질 쳤지만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상황. 고민은 환매하느냐 기다리느냐다. 진씨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개미' 투자자들이 한 둘이 아니다.



한달에 100만원씩 모두 6개의 적립식펀드에 분산투자했던 김모씨(25·여)는 이중 절반을 손절매하고 적금으로 갈아탔다. 손실액은 모두 120만원. 나머지 절반도 환매를 저울질 중이지만 딱히 대안이 떠오르진 않는다. 그나마 2005년부터 들었던 펀드는 3년간 60만원 불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이런 이들의 문의를 많이 받지만 뚜렷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 증시와 환율이 하루에도 큰 폭으로 오르내리고 국제금융시장도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안해진 개인 투자자들이 환매하는 건수는 최근 들어 느는 추세다. 주로 손실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자들이 환매를 하는데 일단 현금으로 바꿔놨다 증시가 더 떨어지면 주식형펀드에 재가입하거나 안전한 예금으로 갈아타기 위해서다.

김인응 우리은행 PB팀장은 "우리도 환매를 원하는 투자자들을 막지 않고 있다"면서도 "지금은 MMDA(수시입출식예금)나 정기예금에 가입해 현금을 확보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손실액이 클 경우에는 장기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난 6개월 국내펀드의 평균손실률은 20~30%인데 이보다 큰 손실이 났다면 당장 환매하기에 타격이 크다. 손실을 버틸 여력이 된다면 눈을 질끈 감고 좀 더 기다리자는 조언이다. 실제 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이다.


예측이 무의미한 상황에서 투자자, 전문가 할 것 없이 신규 가입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다. 시장이 정상기능을 할 때까지 좀 더 두고 보자는 신중론이 우세하지만 증시가 많이 떨어진 만큼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적립식펀드에 투자해도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성엽 하나은행 상품개발부장은 "전반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아서 큰 금액은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 분할매수는 할 수 있다"며 "얼마 전에도 주식형으로 50억 수준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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