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같은 한나라 의원, 국감에서 두각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8.10.1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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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위 김성식·정무위 고승덕 의원

18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중반으로 접어들며 '천적' 관계가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특히 여당의 '경제통' 의원들과 경제부처 수장들 사이의 긴장이 눈에 띈다.

야당 같은 한나라 의원, 국감에서 두각


국회 기획재정위의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매섭게 몰아붙였다.



김 의원은 지난 6~7일 국감에서 "경제팀이 이명박 정부의 신발전 체제라는 경제 패러다임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며 'MB노믹스'의 최일선에 있는 강 장관의 자존심을 구겼다. 그는 강 장관의 사퇴를 주장했으며 감세론에도 제동을 걸었다.

강 장관은 이런 김 의원 앞에서 평정심을 잃었다. 강 장관은 목소리를 높여 김 의원과 설전을 벌였고 국감 말미에 이를 사과하며 "김 의원의 보도자료를 보고 격한 기분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야당 같은 한나라 의원, 국감에서 두각
정무위의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은 민유성 산업은행장을 겨냥했다. 고 의원은 산은 민영화에 대해 "민영화가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산은을 지주회사, 투자은행(IB)으로 만들겠다는 정부 안은 시간적 여유와 상황을 감안하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또 민 행장이 리먼브러더스의 스톡어워드를 가진 사실도 추궁했다. 스톡어워드는 일종의 스톡옵션. 고 의원은 "민 행장은 공직자윤리법상의 '이해충돌 방지' 의무를 위반한 만큼 행장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여당 의원이 이처럼 매서운 공세를 이어가자 한나라당 내에서도 놀라는 기색이다. '튀는' 행보의 배경은 뭘까.


김 의원은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이 약세였던 서울 관악갑에서 유기홍 전 의원을 힘겹게 물리치고 당선했다. '야성'이 강한 지역구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는 "여당 속 야당"이란 평을 듣는 당내 소장파 초선모임 '민본21' 소속이다.

고 의원이 산업은행의 민 행장을 국감 '타깃'으로 삼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는 금융 산업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홍콩이나 싱가포르 수준의 금융 선진화를 이루겠다는 생각으로 금융을 다루는 정무위를 선택했다.



두 의원 모두 경제전문가란 점도 주목된다. 김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고 2003년 원외(院外)이면서도 당의 경제 정책 실무책임자인 제2정조위원장을 지냈다.

고 의원(서울 서초을)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외무·행정고시에 모두 합격했다. 변호사이자 주식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각자 경제가 전공인 초선의원들"이라며 "경제 분야 이슈의 중심인 강 장관과 민 행장을 전략적으로 겨냥해 이름값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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