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직원·투자자 모두 '망연자실'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장웅조 기자 2008.10.1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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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월급이 날라갔네요."

한 투자자가 시름에 잠긴 얼굴을 들고 내뱉은 첫마디다. 지금 객장은 그야말로 패닉상태. 8월말 1500이 깨지고 9월중순 1400이 무너지고 10월8일 1300이 붕괴된지 불과 3일만에 1200마저 흔들리고 있어 지점 직원들은 고객과 함께 '망연자실'해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지난 8월 증권사에서 앞다퉈 팔았던 ELS다. 1400~1500에서 ELS상품에 투자했던 고객들은 반토막이 났다. 11월말부터 만기가 돌아오는데 그때까지 회복이 안되면 손실은 떨어졌던 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236,000원 ▲4,000 +1.72%)를 2만원 초반대에 신용으로 매수한 사람은 30%가까이 하락하면서 10여일만에 깡통을 찼다.

더 암울한 것은 지금 이러한 패닉상황조차도 마무리 국면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여의도지점 윤재선 지점장은 "IMF때는 그래도 쉽게 치고 올라갔는데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매도하고 있어 1200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힘들기만 하다"고 밝혔다.



◇ 직원 투자자, 모두 망연자실..안전자산 문의 급증 = 증권사 지점 대부분은 이제 기대감조차 없어졌다는 분위기다. 고객들은 증권사 영업직원에게 따지고 화내기보다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의논하거나 글로벌 경제상황 등 거시적 환경에 대해 확인하는 정도다.

우리투자증권 강남대로WMC의 민혜성 차장은 "직접 투자자의 경우 아예 손을 다 놓았다"며 "어제만 해도 1300선 지지선에 대해 일말의 기대감이 있어 매수를 했으나 현재는 심리적인 마지노선도 붕괴돼 망연자실해 있다"고 전했다.

원금보장이 되는 상품인지 확인하는 고객도 부쩍 늘었다. 특히 예금도 불안해할 정도로 투자자산의 리스크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증권 갤러리아 PB지점의 임주혁 차장은 "어느 고객분은 현금보다 실물(금)이 더 낫지 않겠느냐라며 은행에 있는 자금을 일부 실물로 옮기는 것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고 밝혔다.

임주혁 차장은 "투자자들의 공포가 극에 달하고 있다"며 "과도한 투자공포가 오히려 정상적인 금융시장에도 안좋은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 개인매수, 반등타이밍 노리는 단기투자= 현재 개인의 순매수세는 반등을 기대한 단기투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영업직원들의 한결같은 답변이다.

교보증권 잠실지점의 김영준 지점장은 "개인들은 지금 우량주 위주로 저가매수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매수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기술적 반등을 노리고 들어오는 단기 매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종금증권 금융센터 신사지점의 최안호 지점장은 "1800까지 가는데 기여했던 장기투자자들은 관망하거나 현금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반면 단기 매수하는 사람들이 지금이 저점이라고 판단하고 이격매매 등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안호 지점장은 "질 좋은 우량자금은 빠지고 언제든지 매도로 돌아설 수 있는 단기성 자금이 들어온다는 것은 자금의 질이 낮아진다는 것"이라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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