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첫 술에 배부르진 않다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10.09 17:15
글자크기

유럽·한국 첫 금리인하…시스템붕괴 아니면 현재위기는 기회

나락으로 빠져들던 주식과 외환시장에 드디어 서광이 비췄다.

글로벌 금리인하 조치에 한국은행(BOK)도 동참하면서 마침내 물가 우려를 떨치고 경기부양으로 정책가닥을 잡았다.

코스피지수가 장초반 4일 연속 연저점을 경신했고 1300선 회복시도 또한 무산됐지만 미국, 유럽, 일본과 달리 이틀만에 다시 상승마감에 성공했다는 점은 의미있게 받아들여진다.



1485원까지 폭등하던 원/달러 환율도 1372원으로 장중 고점대비 113원 추락했다. 최근 나흘간 연일 상승폭이 확대됐고(36.5원→45.5원→59.1원→66.9원) 이날도 전날 종가대비 90원이나 치솟다가 5일만에 처음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비이성적인 외환시장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증거다.

외화자금 부족과 키코옵션 손절매수, 그리고 투신권의 무차별적인 다이내믹헤지 등 펀더멘털과 무관한 외환시장 자체의 특수 상황으로 인해 폭등에 폭등을 거듭했던 환율이 꺼져내리면 폭등과 마찬가지로 폭락이 야기될 수 있다.



한계를 넘어선 환율 폭등세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상승폭을 계속 확대하면서 공포의 에너지를 빨아들여야하는데 이날 장중 폭락세가 연출되면서 외환시장 비상상황도 마무리된 것이나 다름없다.

경상수지가 4분기부터 매월 흑자를 시현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환율 상승세를 추종할 명분도 사라졌다.
아직 리보금리와 TED스프레드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 외화자금시장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유동성이 부족하다기보다 신뢰상실에 따른 자금유통의 통로가 막힌 것이기 때문에 시스템붕괴 우려는 섣부른 판단이다.

네덜란드가 은행간 자금시장 거래에 대해서도 정부지급보증에 나서기로 한 것이나 미국이 은행의 국유화까지 감안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어떤 식의 극단적인 대책이 나올지 상상하기 어렵다.


이는 증시와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뜻이며 자본주의, 시장주의의 후퇴를 감내하고서라도 금융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유럽중앙은행(ECB)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는 사실 늦었다. ECB는 지난 7월에, BOK는 8월에 금리 인상에 나설 정도로 물가앙등 우려에 빠져 적시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이들 중앙은행의 금리인하가 이제 첫 단추를 채운 셈이기 때문에 당장 금리인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진작에 취할 조치를 상황에 치이고 치인 뒤 때늦게 첫발을 내딘 것에 대해 시장이 후한 점수를 줄 리 만무하다.

그러나 이제서라도 글로벌 공조체제의 합의가 이뤄졌다는 데 주목하면 이번 전세계적인 금리인하는 매우 중요한 분기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역사적으로 첫 금리인하가 위력을 발휘해 시장방향을 돌린 적은 없지만 전세계가 동일한 고민을 하고 같은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중국마저 금리인하에 나섰다는 점은 더욱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6000선 위로 치솟던 중국 상하이지수가 2000선 밑으로까지 1/3 토막이 난 이유로 중국의 위상을 낮게 봐서는 작금의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폭등한 주가가 폭락한 게 대단한 의미를 가진 게 아니고 중국이 건재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재정이 튼튼하며 경제가 건실한 중국이 버티고 있다는 것은 유럽과 미국 등 서방자본시장 몰락의 상황에서 든든한 지원군의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

한 개인 투자자는 "우선적으로 미증시에서 살아남을 종목에 집중 투자한 뒤 글로벌 증시가 어느정도 회생하면서 중국 증시가 지난번처럼 움직일 시점이라고 판단되면 중국 종목으로 이동해 대박을 터뜨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투자전략은 아직 자본시장 개방수준이 초보단계이고 서방자본이 휩쓸리지 않은 중국이 이대로 몰락하기보다는 지난번 고점을 넘어서는 영화를 한번은 누릴 것이라는 전망에 기초한다.

이는 현재 시장에 팽배한 패닉이나 공황심리와는 정반대다. 금융시스템 붕괴에 따른 세계 종말이 아니라 최고의 투자기회가 열렸다는 판단인 것이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2006년에 부동산, 2007년에 주식을 처분했다면 금상첨화겠으나 현시점에서 그러는 것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시스템 붕괴라면 현금 이외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 자체가 오류이자 사치인데 그 판단은 각자의 몫이며 그 결과는 천양지차일 것"이라고 말했다.



첫 글로벌 금리인하라는 첫술에 배부르진 않겠지만 시스템 붕괴가 아니라면 현재의 위기는 기회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