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소니맨 "고객이 지구다"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08.10.1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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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O 경영노트] 타야 요시히로 소니본사 환경총괄 부사장 인터뷰

1990년. 당시 오가 노리오 소니 회장은 “텔레비전을 만들어서 고객에게 판매하는 행위 자체가 환경에는 부담을 주는 일”이라고 외치며 ‘환경 경영’의 기치를 세웠다.

35년 소니맨 "고객이 지구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고객이 곧 지구'라는 정신은 20여년이 흐른 지금 소니의 환경경영 전략을 총괄하는 타야 요시히로 부사장(55·사진)이 오롯이 이어받고 있다.



타야 부사장은 국내 CEO들에게 소니의 환경경영 전략에 대해 소개하기 위해 최근 방한했다. 그는 머니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전에 해오던 것 이상을 달성하지 못하면 기업은 존속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환경관련 규제가 법률의 형태로까지 나타나는 시대지만, 기업은 법률 제정 이전에 시대의 변화를 먼저 제대로 읽어내 환경경영 전략을 펼쳐야 합니다.”



◇10년 이상 미리 행동한다

소니 환경경영의 주요 관심분야는 '에너지'와 '자원'이다.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 치솟는 유가에 대응하고, 신소재 개발과 폐제품 재활용을 통해 자원소비를 줄임으로써 '비용과 환경부담 모두를 줄이는' 효과를 노리겠다는 것.

타야 부사장은 국내·외 상황보다 앞서 환경 분야와 관련한 중기적인 달성 목표를 별도로 마련해 추진한 점을 소니 환경전략의 가장 큰 특색으로 꼽았다.


실제 1997년 교토의정서에 의해 일본이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이 되자, 소니는 의정서의 시행시기인 2008년보다 10년 이상 앞서 미리 행동에 나섰다.

소니는 사업장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기목표인 '녹색경영 2005(Green Management 2005, GM2005)'를 마련해 에너지 효율제고에 나선 데 이어, 2010년까지 중기목표인 GM2010을 기치로 내걸고 △제품에너지 효율 제고 △에너지 절감 △자원보호 △연구개발(R&D) 확충 등 세부 과제를 천명했다.



이 같은 노력은 성과로 이어졌다. 고효율 에너지 시스템을 도입해 공장·사무실 에너지 소비를 83%나 감소시켰다. 전 세계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량도 2000년 222만탄소톤(온실가스량을 이산화탄소량으로 환산한 단위)에서 2007년 207만톤으로 6.3% 줄였다.

올 7월부터 일본에서 시판 중인 텔레비전 '브라비아'의 소비전력은 일년에 86kwh. 2000년 당시 이 회사 텔레비전 제품(연간 소비전력 280kwh)에 비해 에너지 사용량이 69%나 줄어들었다. 소비자가 이 제품을 사용할 때 배출하는 온실가스량도 기존 모델 배출량(114㎏)의 3분의 1 수준인 35kg에 불과하다.

소니사의 디지털카메라의 틀(프레임)은 버려지는 콤팩트디스크(CD)를 재활용해 만들어진다. CD표면의 코팅막을 벗겨내 남은 부분을 자원화하는 이 회사의 기술 덕분이다.



2001년 자사의 게임기 부품에 카드뮴이 기준치 이상 포함돼 네덜란드 반입이 금지된 이래, 소니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유해물질 기준인 유럽의 '전기·전자제품 유해물질 사용제한 지침(RoHS)'보다 더 강한 자체 기준을 운용 중이다. 2004년 9월 세계 최초로 ‘무(無)수은’ 건전지를 개발해, 수은 사용량도 대폭 줄였다.

◇‘고객은 곧 지구’

35년 소니맨 "고객이 지구다"
약 20여 년간 환경경영을 실천해온 소니라 할지라도, 회사 내부에서는 여전히 '환경은 비용일 뿐'이라는 시각이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타야 부사장은 “영업 혹은 생산 부서에 근무하는 이들은 2~3년이라는 단기간 내에 비용 삭감과 이익창출이라는 2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을 우선시 한다”며 “하지만 환경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중장기적 시각이 있어야 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회사 안팎에서 '환경경영의 전도사'를 자임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환경경영이 단지 비용요소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사실을 알리고 확신을 주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는 설명.

활동에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타야 부사장은, 2년 전 자신이 환경총괄 임원으로 선임됐을 때 회사에서 받은 지침인 '고객이 곧 지구'라는 말을 떠올린다.



“과거 '고객이 왕'이었던 시대, 좋은 제품과 서비스만 만들면 그만이었던 때는 지나가고 있습니다. 환경적인 요소가 제품과 서비스의 질을 결정하며, 장기적인 전략을 구상할 때도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시대가 됐다는 점을 세계 모든 기업인들이 깨달아야 합니다.”

<타야 요시히로 소니 환경총괄 부사장은...>
△1953년 일본 와카야마 출생 △1978년 와세다 공과대학원 졸업, 기계공학 석사 △1978년 소니 입사 △1991년 소니 소비자 비디오 제품 그룹 제너럴 매니저 △1993년 소니 유럽지사 △1997년 소니 IT회사 부사장 △2001년 소니 EMCS 선임부사장 △2002년 소니 그룹임원 △2004년 소니 최고재무책임자 △2006년~현재, 소니 환경총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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