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에 우는 KIKO가 환율을 올린다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08.10.09 15:44
글자크기

'낙인 막자' 조기상환→환율 추가 급등→낙인 연쇄 악순환

환율 상승의 희생양인 통화파생상품 키코(KIKO)가 원/달러 환율 급등에도 한 몫 톡톡히 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수많은 중소기업을 울린 키코가 '돌림노래'가 되어 더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하는 모습이다.

9일 외환관련업계에 따르면 키코 가입 기업들이 계약된 환율상단으로 '낙 인(Knock In)'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조기청산을 진행하면서, 달러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는 가뜩이나 불안한 환율시장의 레벨을 높이면서, '낙 인'되는 사례와 추가로 조기청산하는 기업들의 수를 연쇄적으로 늘리고 있다.



'낙 인'은 환율이 은행과 계약한 환율대의 상단을 돌파하는 현상으로, 일반적으로 키코 가입기업들은 현재 계약금의 배에 달하는 달러를 현재 환율보다 낮은 가격에 팔아야한다.

실제 키코나 피봇 등 통화옵션 상품을 조기청산하려면 평가손실을 상환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달러를 매수해 손실을 갚아야한다. 신규 달러수요가 생기는 셈이다. 예를 들어 약정환율을 940원으로 가입한 기업은 1400원을 넘어선 이 시점에 달러를 940원에 파는 셈이다. 더욱이 약정 액수 두 배 규모의 달러를 토해내야 한다.



한 외국계증권사 관계자는 "실제 달러가 없거나 대규모 달러를 거래하는 것을 피하기 옵션계약인 키코를 선택했던 기업들도 있다"며 "옵션포지션을 청산하기 위해서는 기업이든 은행이든 실제로 달러를 사야 한다"고 밝혔다.

더욱이 업체가 태산엘시디 (0원 %)처럼 부도가 나서 계약을 청산할 수 없더라도, 손실은 판매은행으로 전가돼 은행이 달러매수로 손실을 갚아야한다.

한 외환딜러는 "키코 가입기업이 '낙 인'을 막기 위해 실시한 조기청산이 지속적으로 파급효과를 낳고 있다"며 "달러의 매도세가 없는 상황에서 키코 청산으로 인한 약간의 매수세만 나와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딜러는 특히 최근 강만수 재정경제부 장관의 급격한 스탠스 변화와 이명박 대통령의 '달러 사재기' 발언이 외국인들에게 한국 유동성에 대한 시각변화를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의 '달러 모으기' 움직임은 IMF당시 '금 모으기'를 연상시키면서 유동성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이 외환딜러는 "IMF외환위기 때는 국내에서만 달러자금수급이 문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달러자금 수급이 왜곡된 상황"이라며 "외국계은행들도 관망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말 결산이 12월3월 정해진 외국계은행들의 경우에도 국내투자 만기자금들을 본국에 송환할 것 같다"며 "보통 통화스왑(CRS)로 다시 원화환전해서 국내 채권 등에 재투자하던 자금이 국외로 순유출 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쉶궗 차트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