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인하 기조'로 전환했다

더벨 황은재 기자 2008.10.0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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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경기 외면할 수 없어..환율 안정이 추가 인하 관건

이 기사는 10월09일(15:1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유가 하락, 경기 둔화 예상보다 심각
- 환율 안정되면 추가 금리인하 시사



한국은행이 3년11개월간 이어온 긴축 기조를 마감했다. 대신 금리인하 기조로의 진입을 선언했다.

한은은 9일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5.00%로 조정했다. 경기 둔화 움직임은 '뚜렷'해졌고 앞으로 성장세도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원화 약세(환율 상승)가 지속될 경우 추가 통화정책 완화는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둔화를 봐서는 금리 인하를 해야 하지만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을 외면할 수 있는 한국은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이 통화정책운용에 짐'이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 경기, 생각보다 더 나쁘다..디플레이션 갭 발생


한은은 예상하지 못했다. 150달러에 육박했던 국제유가가 불과 두 달 사이에 100달러 이하로 떨어졌고, 경기 둔화 속도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10월 금통위에서 이 총재는 "3.9%로 예상했던 올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이보다는 더 내려가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썩밝은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4% 중반인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하회해 디플레이션 갭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물가만을 놓고 금리를 유지할 이유는 없었다.

물가를 끌어올렸던 유가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전세계적으로 경기가 썩 좋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유가가 크게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둔화로 소비 측면의 인플레 확대 가능성이 줄었고, 유가 하락으로 공급측면의 인플레 확대 요인도 점차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8월과 같은 기대인플레이션 차단이 아닌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둔화 완화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을 통해 기준금리 인하의 이유 가운데 하나로 "경기가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경제성장률이 4% 밑으로 떨어지는, 소위 잠재능력(성장률)을 밑도는 현상이 앞으로 몇 분기 동안 지속될 수 있다"며 한은과 금통위의 경기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 금리인하, 금융시장 불안 대처.."은행도 여신 풀어라"

또 다른 금리인하 이유로 한은은 "금융시장의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태 총재도 "(외환시장의 불안이 지속되면)기업들에게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하시 환율이 오를 것이란 시장의 기대에 대해서는 "금리인하폭을 감안했을 때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다른 주요국가들이 0.50%포인트 금리를 내렸는데 우리는 0.25%포인트 내렸기 때문에 상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긴축이라는 설명이다. 이렇게 보면 환율이 오히려 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금통위는 금융기관들의 여신 태도에 대해 "꾸준히 증가"에서 "여신태도 강화"로 판단을 바꿨다. 금리인하로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을 다소 완화시키고 은행들도 금리를 내린 만큼 여신 공급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은은 금리인하와 함께 총액한도 대출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기조는 완화지만..환율"통화정책운용의 '짐'"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까지 열어뒀지만 관건은 '환율이 안정되느냐'이다. 환율만 안정되면, 금리를 더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외환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통화정책의 큰 짐을 더는 효과가 있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금리 변동이라는 것은 한번만 있는 게 아니라 다음에 있을 수 있어 누적 또는 중기로 보면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과 금통위가 물가를 위협하는 요소로 '환율'을 지목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상승률이 낮아지고 있으나 달러/원 환율 상승 등에 기인해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분석에 따르면, 유가가 1% 오르면 소비자물가에는 0.02%포인트 상승으로 연결되지만 환율 1% 상승은 물가 0.08%, 유가의 4배에 달하는 영향을 미친다.

또 다른 나라의 통화정책도 관건이다. 주요국간의 통화정책 공조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한은의 금리인하 결정을 이끌어 낸 결정적인 배경이 전날 단행된 미국과 유럽 등 7개국의 전격 금리인하였다.

한은 관계자는 "8일 오후까지도 오늘 금통위 결과와는 다른 쪽으로 결정이 날 것으로 봤지만 선진국의 금리인하가 10월 금통위 결정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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