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0.25%p 전격인하(종합)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08.10.0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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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총재 "무게 중심 '물가→경기' 옮겼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두 달 만에 기준금리를 '원위치'했다. 미국과 유럽 등 7개 중앙은행이 전날 전격 '협조 금리인하'에 나서자 한국은행도 급히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금통위는 9일 오전 정례회의를 열고 이달 기준금리를 5.25%에서 0.25%포인트 인하한 5.00%로 결정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았던 지난 8월 5.25%로 1년 만에 인상됐던 금리가 2개월 만에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금통위는 총액한도한도 대출금리도 연 3.50%에서 연 3.25%로 0.25%포인트 내렸다.



당초 시장에선 '금리동결' 전망이 우세했다. 기준금리를 올린 지 2개월만에 다시 금리를 내릴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다시 높아지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가 떨어질 가능성도 컸기 때문이다.

또한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상황에서 한은이 섣불리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모험을 감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한은은 이 같은 전망을 뒤엎고 '금리인하'를 선택했다.



금통위가 금리를 인하한 것은 내수부진으로 인해 경기둔화 움직임이 뚜렷해 진데다 국제금융시장 불안, 세계경기 위축 여파로 성장 하향 리스크가 높아진 때문이다. 전날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전격 금리인하에 나섰다는 점도 이번 금리인하의 주요 배경이다.

이성태 총재는 금통위 후 가진 기자설명회에서 "최근 경기둔화 움직임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고 국제금융시장도 불안한 모습"이라며 "이번 기준금리 인하결정은 최근 금융시장 불안을 완화하고 둔화되고 있는 경기흐름이 지나치게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을 '물가'에서 '경기'로 옮겼음도 밝혔다.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열어놨다.


불과 2개월만에 금리를 다시 조정한 배경에 대해 이 총재는 "당장 물가압력이 있지만 앞으로 서서히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 반면, 경기가 나빠질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는 쪽으로 한은과 금통위의 시각이 바뀌었다"며 "지난 8월 금리인상을 결정할 당시와 현재 우리의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나라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공조해 금리를 내렸다는 사실은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는 중요한 정보"라며 "이는 우리경제에도 내외금리차, 자본이동 등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금리결정 시 고려할 만한 새로운 변수"라고 말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 조치가 이날 금통위의 금리인하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줬음을 시인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 이 총재는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또다시 내린다면 한은은 그 때 상황을 봐야할 것"이라며 "세계경제는 앞으로 당분간 별로 좋지 않을 것이고 한국 내수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금리인하에 따라 환율이 악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이 총재는 "환율이 워낙 과민반응을 하고 있어 한은이 금리를 조금 조정했다고 금리차에 따른 자금이동의 부정적 영향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가 외환시장에 추가적인 불안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총재는 '환율 상승'이 통화정책을 펴는 데 '부담' 요인이라고 강하게 언급했다. 그는 "앞으로 물가경로에 부정적 요소인 환율이 제자리 찾아간다면 통화정책 펴는데 큰 짐을 더는 효과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현재 외환시장은 상당히 비정상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원화가치가 어떤 방향으로 갈 지 불확실하다"며 "원화가치가 빨리 안정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물가에 좋지 않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감을 보였다. 그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우리경제에) 밝은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며 "문제는 통상적인 경기의 상승ㆍ하강보다 현재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금리인하 결정에 대해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금리인하 사이클이 시작된 것으로 여겨진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지속돼 국내에서도 추가적으로 2~3차례의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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